“세상에 없던 ‘부추즙’ 히트… 건빵-국수-만두까지 통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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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농·6차산업]친정애 부추농원 이정훈대표

12일 오전 이정훈 친정애 부추농원 대표가 포항의 농장에서 부추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 대표는 부추를 원료로 즙, 건빵 등 다양한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포항=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2일 오전 이정훈 친정애 부추농원 대표가 포항의 농장에서 부추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 대표는 부추를 원료로 즙, 건빵 등 다양한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포항=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사무실에 전화가 울렸다. 문가에 앉아 있던 직원이 방 쪽을 향해 “대표님 찾는 전화예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방 안쪽에서 언뜻 대학생처럼 보이는 남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직원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그가 친정애 부추농원의 이정훈 대표(31)다.

부추농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건물 곳곳에서 짙은 풋내가 났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부추가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웃으며 “부추로 즙을 내 팩에 담아 팝니다”라고 말했다. 창문 너머로 어른 키만 한 기계들이 보였다. 착즙기였다.

제품을 처음 개발할 당시 그는 영남대 원예생명과학과를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신종인플루엔자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09년 말경 ‘양파즙이 건강에 좋다’는 뉴스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이 대표는 “부모님이 부추 농사를 짓고 있어서 부추가 양파 못지않게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뉴스를 접한 후에 부추즙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부추’를 세상에 없던 상품으로 만들다

하지만 막상 제품을 만들려니 막막했다. 시중에 판매중인 유사 제품이 없어 벤치마킹하기도 힘들었다. 일단 무작정 도전하기로 했다. “즙을 내야 하니까 모아뒀던 300만 원으로 착즙기와 포장기부터 샀어요. 창고로 쓰려고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방도 구했지요.”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2010년 3월 부추에 가시오갈피와 헛개나무를 넣은 첫 제품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주독야경(晝讀夜耕)’이 시작됐다. 오픈마켓 등에 제품을 올린 그는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와 밤에는 제품을 포장해 구매자에게 보냈다. 이 대표는 그때가 떠올랐는지 웃으며 말했다. “수업 들을 때 항상 맨 뒤에서 들어야 했어요. 전화가 오면 ‘친정애 부추농원입니다’라고 받으면서 나가야 했거든요.”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주말 내내 만들어서 30박스씩 자취방에 가져왔고, 매일 수업이 끝난 후에 우체국으로 뛰어가 부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만족할 단계는 아니었다. 재주문을 유도하기 위해 제품에 헛개나무와 가시오갈피를 100g씩 보너스로 넣어 보냈다. 얼마 후에는 당일 수확한 생부추도 담았다. 이 제품을 구매하면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더 싱싱한 부추를 공짜로 받게 되는 것이다.

노력한 만큼 성과도 있었다. 첫해 고작 1000만 원이던 연매출은 2012년 1억6000만 원까지 뛰었다. 작은 업체부터 대기업까지 부추즙을 내놓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얻은 성과였다. 실제로 한 중견 식품 업체는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다가 얼마 안돼 철수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제품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은 것은 시장을 선점한 덕분이다. 부추를 즙으로 만들어 팔겠다는 아이디어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2012년 10월 경북도에서 모집하던 ‘고부가기술농육성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도에서 1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 지원금을 종잣돈 삼아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을 투자해 지금의 부추농원 공장을 짓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 부추의 끝없는 변신

그는 부추의 상품화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했다. 제품이 잘 팔리고 있었지만 부추를 즙으로만 파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동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그의 머릿속에선 부추 생각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40년 넘게 부추 농사를 짓고 계신데 정말 품질이 좋거든요. 좀 더 대중적으로 먹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2013년 9월에 김 대표는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여자친구의 집을 찾았다. 그때 김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예비 장인어른의 손에 들린 건빵이었다. 순간 복잡했던 머릿속이 명쾌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부추건빵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이다. “건빵은 튀기지 않고 구워서 만들어요. 부추로 건빵을 만들면 바삭바삭하게 식감도 있고 맛있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았어요. 다만 이 새 상품이 얼마나 인기를 끌지는 사실 확신하지 못했어요.”

결과는 성공이었다. 처음 생산한 5000봉의 건빵은 2주 만에 완판됐다. 2013년 11월에 포항운하 개통식이 열렸는데, 바로 그날 현장에서 건빵 1000봉지가 팔려나갔다. 김 대표는 “아직도 1년에 10만 봉씩은 팔린다. 무엇보다 장인어른이 잘 드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친정애 매출농원의 매출은 3억6000만 원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성에는 아직 차지 않는다. 그는 올 1월에 부추국수와 부추만두를 파는 식당도 열었다. 또 부추즙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는 게 정답이다.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농업에서는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김성모 기자 mo@donga.com
#부추즙#창농#부추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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