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터-타임워너 합병 임박…국내 참고사례 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2일 05시 45분


■ 美 케이블TV 거대 2위 사업자 탄생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건과 유사
공정위 인가심사에 영향 미칠까 촉각


미국 케이블TV 시장에서 독보적 1위인 컴캐스트를 위협할 강력한 2위 사업자가 등장할 전망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미국 규제당국은 차터커뮤니케이션과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 최종 승인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외신들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차터가 무난히 타임워너를 인수합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쟁사업자 간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건과 유사해 참고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먼저 미국 사례를 보면 업계 3위 사업자인 차터가 2위 사업자인 타임워너를 인수하면 케이블TV 시장에서 컴캐스트와 양 강 구도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라이트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컴캐스트 가입자는 2240만명이다. 타임워너와 차터의 가입자는 각각 1100만명과 430만명. 차터와 타임워너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1530만명으로 컴캐스트를 위협할만한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번 사례는 미국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방송과 방송, 통신과 통신 등 동종업계의 인수합병은 시장경쟁자수 축소와 독과점 가능성 등의 이유로 규제당국이 불허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 예로 시장 1위 컴캐스트와 2위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을 불허한 바 있다. 1·2위 사업자간 합병으로 독점사업자 출현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건에서 볼 수 있듯 사업자간 경쟁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 편익 향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강력한 2위 사업자 존재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국내 유료방송시장 상황은 어떨까. 현재 국내 1위 사업자는 KT다. KT는 지난해 말 기준 IPTV와 스카이라이프를 합해 총 865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3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합병을 추진 중인 SK브로드밴드는 349만명으로 12.1%, CJ헬로비전은 416만명으로 14.4%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총 764만명의 가입자를 기록하며 1위 사업자인 KT와 어깨를 견줄만한 2위 사업자가 된다.

업계에선 시장상황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차터와 타임워너 인수합병건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번 인가심사를 위해 해외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통신과 방송 이종 간 인수합병을 승인하고 있는데다 방송과 방송 등 동종 간 인수합병도 경쟁력 있는 2위 사업자 등장 필요성을 인정해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도 일정부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SK측은 이에 대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기존 KT가 독주하던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위와 경쟁할 수 있는 2위 사업자가 등장해 경쟁을 한다면 긍정적 시장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란 얘기다.

반면 미국과 국내 시장 상황이 달라 전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케이블TV 시장에 국한된 이번 미국의 사례와는 달리 국내 사업자의 경우 이동통신 서비스 등을 겸하고 있어 유료방송 뿐 아니라 전체 시장상황과 지배력 전이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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