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우주로 ‘배달’된 보이저호… 답신은 언제쯤 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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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저 호의 음성 타임캡슐에는 60개의 언어로 된 인사말과 하나의 고래 언어, 진화론에 관한 음성 논문, 116종의 생물 사진, 다양한 문화를 대표하는 90분 분량의 음악 등이 수록될 예정이었다. ―‘에필로그’(칼 세이건·사이언스북스·2001년 》

고래의 울음소리가 녹음된 황금 레코드판이 지구 바깥 우주 어딘가를 날고 있다. 시속 6만 km의 속도로 우주선 연료가 다 닳을 때까지 날아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 외계인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지구에 이런 소리로 우는 생물이 있다는 것을 외계인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우주선 보이저 1, 2호는 이 황금 레코드판을 싣고 1977년부터 지금까지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전 신문 1면을 장식한 지난주, 구글이 이처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문샷(Moonshot)’이라 부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 기자는 칠흑 같은 우주를 헤매는 보이저 호를 떠올렸다.

이 보이저 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천체 물리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책이 각광받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쉽게 쓰였다. 옥틸리언(10의 27제곱에 해당하는 단위)의 의미나 천체 측정 기술 같은 것을 일생 들어본 일이 없는 나 같은 이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더 큰 이유는 세이건이 말하는 과학이 ‘인간’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 밤 축구 경기에 목숨 거는 팬들에게서 세이건은 신생대부터 이어진 인류의 사냥 본능을 끄집어낸다. 작은 새우 및 물이끼와 빛으로 이뤄진 어항을 들여다보며 인간이 속한 생태계와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만큼의 존재인지 설명하기도 한다. ‘에필로그’는 철저히 과학의 언어로 쓰여 있지만 어떤 면에서 종교적인 느낌도 준다.

AI는 이제 인간 뇌의 신경망 깊숙이까지 들어간 수준인 것처럼 보인다. 보이저 호도 언젠가는 외계인과 조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모든 과학 기술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꿈과 가능성이다.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할 게 있다. 과학 기술 발전으로 풍요로워진 세상을 악몽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결국 인간이다. “우리는 새의 지능을 비하하지만, 그들은 둥지를 오염시키지 않을 정도로 지혜롭다.” 세이건의 일침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보이저호#우주#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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