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공모주 청약 열풍 다시…17조원 넘는 뭉칫돈 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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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어서는 등 지난해 말 주춤했던 공모주 청약 열풍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7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공모주 시장에 흘러들었다. 투자 전문가들은 “호텔롯데 등 ‘대어급 기업’의 상장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시장 열기가 고조될 것”이라면서도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종목마다 달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모주 청약을 받은 종목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3개를 포함해 12개 종목이다. 스팩을 제외한 9개 종목에 몰린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증거금만 17조7122억 원에 이른다. 가장 최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코스닥시장의 바이오 업체 팬젠에 2조9208억 원이 몰리는 등 6개 업체가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빨아들였다.

공모주를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9개 업체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783대 1에 이른다.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업체 안트로젠의 일반청약(14만 주)은 올해 들어 최고인 144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자부품업체 유니트론텍(1112대 1) 팬젠(1073대 1)도 청약 경쟁률 1000대 1을 넘었다.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자 관심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 수요 부진으로 일부 회사가 상장을 연기했고 올해 들어서도 중국 증시 폭락으로 인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지난해 상장한 종목 중 제주항공, 이노션 등이 공모가보다 15% 이상 올라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졌다”며 “최근 IPO에 나선 종목들이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성장 산업에 집중된 것도 인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모주 시장에 일단 청신호가 켜지면서 현재 상장 계획을 발표한 추진 중인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만 20조 원 안팎으로 추정돼 올해 상장 기업 중 최대어로 꼽히는 호텔롯데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며, 상반기(1~6월) 내 상장이 유력하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상장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소형건설장비 회사 두산밥캣도 최근 국내 상장을 결정했으며, 제과업체 해태제과,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 등 대어급 회사들도 IPO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거래소가 해외 기업의 국내 증시에 상장에 적극 나선 것도 공모주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 LS전선의 베트남법인인 LS전선아시아의 상장 계획을 발표한 거래소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우량 기업을 추가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지난해(128개)보다 늘어난 130개 이상 기업이 신규 상장되는 등 공모주 시장이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내기주(株)의 성적이 엇갈리고 있어 공모주 청약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게임업체 더블유게임즈의 9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42% 하락한 수준이며, 미래에셋생명도 공모가보다 41% 이상 주가가 빠졌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가 새내기주의 주가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위험이 큰 만큼 공모주 펀드 등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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