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든 유가 바닥론… 한국 “중동수출 늘까”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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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5% 올라 2016년들어 최고치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국제유가가 최근 급격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4일보다 1.98달러(5.5%) 오른 배럴당 37.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4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2.08달러(5.4%) 올라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섰다. 이달 들어 WTI의 평균 가격은 35.49달러로 지난달 평균 30.62달러에 비해 4.87달러(15.9%) 급등했다.

이날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이 생산량 동결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러시아와 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카타르 등은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산유량을 올 1월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들은 산유량 동결에 동참할 나라를 더 늘리기 위해 이달 20일경 산유국 회의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 유가 반등은 한국 경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수출 부진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저유가를 꼽는다. 특히 원유를 사들여 정제한 뒤 마진을 붙여 되파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유가 급락에 따른 수출단가의 하락을 견디기 어려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이 지난해 2월 55.7달러에서 올해 2월 28.8달러로 48.3% 하락하는 동안 석유제품의 수출단가 역시 65.9달러에서 40.2달러로 떨어졌다. 물론 원유 수입 단가가 더욱 큰 폭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는 커지지만, 수출단가의 하락은 전체 수출액을 끌어내린다.

저유가가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은 또 있다. 중동의 오일머니가 줄어들면서 이 지역으로의 수출과 각종 공사 수주액이 급감한 것이다. 한국의 대(對)중동 수출은 2014년에 비해 2015년 42.5%나 줄었다. 건설시장은 말 그대로 수주 절벽이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동 지역 수주액은 8763만8000달러로 작년 동기(23억7423만4000달러)의 4%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최근 “2014년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의 파급효과를 보면 한국과 같은 원유 수입국의 투자 및 소비 증대 등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산유국의 구매력 축소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14년 7월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탄 유가가 올해 하반기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유국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너도나도 원유 증산에 나서는 이른바 ‘치킨 게임’을 끝내고 조만간 감산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제 제재 해제로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산유국들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졌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월 하순 유가가 최저점을 찍었기 때문에 별도의 수급 조절이 없어도 유가가 오르고 있다”며 “다만 지금과 같은 급격한 상승세가 계속되지는 않고 등락을 반복하다 전반적으로 완만한 오르막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유가 바닥론#중동#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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