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카드사들, 혜택 많은 카드 없애고 부가서비스 축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수익 줄어든 만큼 비용 줄이자”… 카드론-편의점 입출금 수수료 부과
제휴 할인 인기카드 줄줄이 퇴출… 고객들 항의-집단민원 쏟아져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내몰린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혜택이 많았던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줄줄이 중단하고 나섰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받는 고객에게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 이용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대출 이용 고객들이 전국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 설치된 CD·ATM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22일부터는 건당 800∼1000원(현금인출을 이용한 대출 기준)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다른 카드사들은 이미 대부분 수수료를 받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들어서만 51개(기업카드 포함)의 카드를 퇴출시켰다. 이 중에는 ‘굴비카드’로 인기가 높았던 SK스마트를 비롯해 레일에어 키드키즈 등도 포함됐다. 굴비카드는 다른 KB카드와 이용실적이 합산돼 한두 개의 카드만 이용해도 여러 카드의 혜택을 ‘굴비 엮듯’ 줄줄이 누릴 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레일에어는 버스·지하철 요금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요금도 10%를 결제액에서 깎아줘 찾는 사람이 많았고, 키드키즈는 서점이나 문구점, 커피전문점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인기 카드였다.

롯데카드도 1500원당 2마일씩 적립해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트래블패스의 발급을 1월부터 중단했다. 하나카드는 행복디자인을 이용하는 장기 우량 고객에게 매년 종합건강검진권을 무료로 제공했지만 지난해부터 이를 없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비용을 줄여야 한다”며 “인력 감축 등 자체적인 비용 절감 노력도 하겠지만 결국은 고객들에게 주었던 혜택을 점점 더 많이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은 연간 약 6700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신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카드사들이 제휴 할인 등 부가서비스 축소·폐지 약관 변경을 신청한 건수는 79건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최모 씨(35)는 “예전에는 발레파킹 무료 서비스도 많았고 주유할인 금액도 컸는데 이제는 대부분 다 축소됐다”며 “요즘 나오는 카드들은 연회비 면제도 없고 비싼 데다 혜택이 좋은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소비자들은 집단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한 카드사가 약정한도를 보너스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비율을 줄였다가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소비자들이 고객센터에 항의 전화를 하고 금감원에 ‘단체 민원’을 넣은 결과다. 지난해 11월에는 카드사가 마일리지 적립 비율을 축소한 것에 대해 회원들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e메일 등을 통해 안내문을 받다 보니 부가서비스 축소나 폐지 안내 공지를 확인 안 했다가 해당 사실을 몰랐다며 민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카드사들이 보내는 안내문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경영난#카드사#부가서비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