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유치 한-일전… 한국, 2016년 역전 당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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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관광업, 엔저 등에 업고 급성장

일본 도쿄 미쓰코시 백화점 긴자점에 지난달 문을 연 ‘저팬 듀티프리 긴자’ 시내면세점. 이 면세점을 이용하는 손님의 80% 정도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도쿄=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일본 도쿄 미쓰코시 백화점 긴자점에 지난달 문을 연 ‘저팬 듀티프리 긴자’ 시내면세점. 이 면세점을 이용하는 손님의 80% 정도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도쿄=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18일 오후 6시경 일본 도쿄 긴자의 시내면세점 ‘저팬 듀티프리 긴자’는 쇼핑백을 양손에 잔뜩 든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지난달 27일 미쓰코시백화점 긴자점 8층에 문을 연 이 면세점은 ‘구치’ ‘티파니’ ‘발렌티노’ 등 해외 유명 브랜드와 화장품, 시계 매장을 모두 합쳐 42개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 있다. 미쓰코시백화점 관계자는 “전체 방문객의 80%가 중국인 관광객일 정도로 벌써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일본이 올해 관광예산을 대폭 늘리고, 쇼핑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대대적인 관광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지방 관광을 활성화하고, 대형 사전면세점을 확대하는 등 관광객맞이에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 올해 日 관광청 예산 2.4배로 확대

지난해 방일(訪日) 관광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이룬 일본은 올해 들어 관광산업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전체 관광객은 1973만7400명으로 전년에 비해 47.1% 늘었다. 불과 2년 전인 2013년에 방일 관광객 1000만 명을 간신히 넘겼던 것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499만3800명)은 전년보다 107.3% 급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보다 2.4배로 늘어난 관광예산 부분이다. 일본의 관광정책을 집행하는 일본관광청의 올 한 해 예산은 245억 엔(약 2687억 원)으로 지난해(103억 엔·약 1125억 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일본관광청은 전년보다 40% 정도 늘어난 145억 엔(약 1590억 원)으로 예산 증액을 요청했으나, 아베 신조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강한 의지로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증액됐다.

올해 일본관광청은 예산안에 ‘관광 수용태세 정비’ 항목을 신설해 80억 엔을 집중 투자한다. 관광안내소 설치, 와이파이 존 확충, 통역가이드 활용 촉진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방관광 활성화’와 ‘방일 프로모션’ 항목에는 각각 63억 엔과 94억 엔을 배정하고 외국인을 위한 여행 코스 개발과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비지트 저팬’ 캠페인을 위한 예산을 집행한다.

○ 면세점 대폭 확대…韓 쇼핑관광 위협


올해는 한국형 대형 사전면세점들이 속속 문을 연다. 도쿄 긴자와 후쿠오카에 각각 1곳이 추가로 개점을 앞두고 있다. 도시를 중심으로 3만여 개가 분포한 사후면세점은 지방 곳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화장품이나 시계 등 브랜드 숍뿐만 아니라 시골 동네의 작은 문방구까지 외국인에게 세금을 받지 않고 물건을 판매한다.

후쿠마스 시니치 JNTO 동아시아 수석매니저는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쇼핑을 하기 위해 일본을 찾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늘었다”며 “소형 점포 위주인 사후면세점은 지방 곳곳까지 확대하고, 대형 시내면세점은 신설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관광시장 다변화를 위해 무슬림(이슬람교 신자) 관광객 유치에도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민간 차원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할랄 식당 100여 곳을 소개하는 ‘할랄 구루메 저팬’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무슬림 관광객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섰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기도실을 갖춘 카페와 관광지 동선을 엮은 관광지도를 나눠주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일본의 민관이 모두 해외 관광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섬에 따라 한국도 관광 경쟁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관된 관광정책을 이어가는 컨트롤타워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은 “세월호 사건 이후 관광객이 급감했는데, 이후에도 국가적 재난 사태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도 땜질식 처방이 이어졌다”며 “긴 호흡을 가지고 관광산업을 이끌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현재는 관광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면세점이나 항공, 크루즈 정책까지 좌우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부처 간 업무 이관 및 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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