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샤프, 대만 폭스콘에 팔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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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금액 6조5000억원 제시… WSJ “양사 조만간 협상 돌입”

일본 전자회사 샤프가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의 훙하이(鴻海)그룹(폭스콘)에 팔린다. 1980, 90년대 소니와 함께 일본을 대표했던 회사가 자체 브랜드도 거의 없이 하청 위주로 영업하는 대만계 회사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면 기업이 어떻게 종말을 맞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샤프는 조만간 폭스콘과 단독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폭스콘은 샤프 인수를 놓고 지난해부터 일본의 민간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경쟁해 왔다. 폭스콘은 샤프 인수금액으로 6600억 엔(약 6조5000억 원)을 제시했다. INCJ가 희망한 인수 금액은 3000억 엔(약 3조585억 원)을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자본이 일본 펀드보다 2배나 높게 매수 가격을 부른 것이다.

샤프가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폭스콘에 팔리게 된 큰 이유는 ‘체질 개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샤프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에서 삼성과 LG 등 한국 전자회사에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이를 과감히 처분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경쟁력은 곤두박질쳤고, TV 등 가전분야에서도 영향력을 상실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샤프는 지난해부터 주요 TV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에서 철수했다. 또 북미지역 등에 있는 생산시설 매각도 동시에 진행했다.

2011∼2012년에 △직원 10% 구조조정 △사업구조 개편 △본사 건물과 자산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재건 계획안을 마련해 놓고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도 샤프의 몰락을 초래했다.

폭스콘의 샤프 인수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하이얼의 GE 가전부문 인수와 폭스콘의 샤프 인수 등은 이미 생산 노하우를 갖춘 중국계 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를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이 기업들이 유명 브랜드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시장에 뛰어들면 한국 기업은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샤프#폭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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