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 치킨배달의 수요는?…‘데이터’가 곧 돈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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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맘 때면 새해 결심을 한 번 되돌아본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의지박약아로 몰아세우지 않고 결심을 행동으로 바꿀 수 있을까.

개인이 고민을 끝내기도 전에 국내 기업들의 손이 빨랐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은 최근 운전습관을 고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을 내놓았다. 차량에서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을 켜고 안전 운전하면 보험료가 최대 40% 내려간다. 운전자가 운전 습관을 고치며 두둑한 혜택을 챙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사람들의 습관은 데이터로 축적된다. 흔히들 데이터라고 하면 빅데이터를 떠올린다. 이 빅데이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 열쇠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우리가 생활하는 데에는 엄청나게 큰 데이터들이 필요하지 않다. 모으기도 힘들고, 모은다한들 분석하기도 힘들고, 분석한다한들 그것이 정말 맞는지 검증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나의 주변을 둘러싼 소소하고 작은 데이터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하는 데에는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빅데이터가 아닌 작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최근 깜짝 놀랄만한 재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주최한 통계활용 수기 공모에서 ‘통계로 튀기는 치킨’으로 최우수상을 차지한 허모 씨가 그런 경우다. 허씨는 치킨집을 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매일매일 닭고기의 수요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계절, 날씨, 이벤트와 같은 단순한 속성을 데이터로 만들어 고객의 수요를 예측했는데, 꽤나 정확했다.

대학원생 김모 씨는 지하철 데이터를 분석해 크리스마스에 조용히 데이트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냈다. 그의 분석 결과는 브런치(https://brunch.co.kr)라는 사이트에서 138회나 공유되면서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최고 경지에 오르진 않았더라도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들은 요즘 누구나 손목밴드를 하나씩 차고 다닌다. 이 밴드에는 위치 추적장치, 움직임 센서 등이 내장되어 있어 하루 동안 걷는 횟수와 거리, 걷는 시간, 속도, 칼로리 소모, 운동 강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목표치를 설정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운동 패턴도 확인할 수 있다. 잠들어 있거나 휴식을 취할 때에도 자세나 동작 같은 데이터가 쌓인다.

기술을 통해 자신의 데이터를 얻고 관리하는 것을 일명 ‘자기 측정’(Quantified Self)이라고 부른다. 자기측정(QS)이라는 이름이 붙은 해외의 커뮤니티에는 200개가 넘는 그룹이 있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자신에게 적절한 읽기 속도가 무엇인지, 자신의 심박수에 기반해 적절한 운동 강도가 무엇인지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한 참여자는 “나의 기분을 꾸준히 추적해본 덕분에 가끔씩 스트레스를 받아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인식할 수 있었고, 삶도 많이 바뀌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자기 측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달아오르고 있다. 한 컨설팅 회사가 미국 영국 인도 등 6개국에서 6000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절반 이상이 디지털제품 구매에서 건강관리제품이나 피트니스 모니터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 제품에 대한 관심은 굴지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스마트시계나 입는 안경보다 더 높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실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야흐로 작고 소소한 데이터가 우리 생활에 직접 연결된 시대를 맞고 있다. 생활 데이터 시대에는 책에서 이야기 하는 혹은 저명한 학자가 이야기하는 ‘이렇게 하면 좋다’, ‘저렇게 하면 좋다’가 아니라 나의 데이터에 기반해 나의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다. 빅데이터가 아니라 스몰 데이터로, 남의 데이터가 아니라 나의 데이터에 근거해 자기를 이해하고 삶을 바꿔갈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 수집이나 분석 어렵다고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생활 데이터를 지원하는 각종 기기와 분석 툴이 우리를 도울 것이다. 실제로 QS 커뮤니티에서 절반에 가까운 44%는 엑셀과 같은 간단한 툴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면 진다.

블라디보스토크=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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