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몰래 나랏빚 내는 ‘최경환 식 부양책’ 효과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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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분기(1∼3월) 재정 및 정책금융 조기 집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1조5000억 원 이상 확대하고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의 신산업 투자액을 1조 원 늘리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도 연장했다. 중국 경기 둔화, 유가 급락 등 대외환경 악화로 1월 수출이 18.5% 급감한 데다 내수에서마저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나온 긴급조치다.

급랭하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단기 부양책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전임 최경환 부총리 때보다 ‘수출 한국’의 근간이 흔들리고 글로벌 불황의 뇌관까지 드러난 상황인데도 같은 처방을 내놓는 점이 우려스럽다. 최 전 부총리가 취임 직후인 2014년 7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내놓은 초이노믹스는 ‘46조 원+α’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였다. 이것을 유 부총리는 ‘재정 조기 집행’으로 문패를 바꿔 내놨을 뿐이다. 질병의 증상이 달라졌는데 총선 전에 재정만 앞당겨 풀어놓는 ‘짝퉁 초이노믹스’는 되레 병을 키울 수 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자금을 동원하는 것도 나라가계부를 분식(粉飾)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자금은 국가 부채에 잡히지 않으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는 ‘창작회계’의 원인이 된다. 올해 초당 158만 원씩 불어나 5일엔 600조 원을 돌파하는 국가 채무에는 보이지 않는 뇌관을 숨겨두는 셈이다.

결국 초이노믹스는 작년 초 10조 원 추가 경기부양책으로, 7월엔 추가경정예산이라는 빚으로 이어졌다. 유 부총리도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획기적 내수 진작책을 내놓기는커녕 재정 조기 집행을 반복하다 추경을 하겠다는 시나리오라면 당장 접길 바란다. 지금 단기부양책이라는 항생제 주사를 계속 놓으면 항생제 면역이 생긴 경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반면 국가부채 총량만 늘어 경제시스템 전반에 부실이 전이된다. 기업들이 떠나고 있는 제조업 분야의 부가가치를 높여 일자리를 만드는 ‘손에 잡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유일호#초이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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