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300억 사재출연… 현대상선 일부사업 매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현대그룹 추가 자구안 확정
채권단 “용선료 협상 등 지켜본뒤 추가 지원여부 최종 결정할 것”

현대상선의 경영난으로 위기에 빠진 현대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내놨다. 현정은 회장의 사재 출연, 현대증권 매각 등이 담겼다.

현대그룹은 2일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3조3000억 원 규모의 선제적 자구안을 발표한 후 이를 108.6% 초과 달성했지만 해운 업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기존 자구안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었다”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합의를 거쳐 추가 자구안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자구안은 크게 자산 매각, 긴급 유동성 지원, 기타로 나뉜다. 우선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를 다시 공개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일본계 사모펀드인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오릭스PE)에 약 6500억 원대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막판에 무산된 바 있다.

선박 12척으로 구성된 현대상선 벌크전용선사업부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50%+1주)도 매각한다. 에이치라인해운이 벌크전용선사업부를 가격 1000억 원에 부채 5000억 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해운업계는 보고 있다. 신항만터미널의 경우 총자산이 2470억 원이어서 지분을 고려했을 때 가격은 1000억 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또 현대상선이 보유 중인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대출하고, 현대아산 지분을 매각해 700억 원을 조달키로 했다. 또 현 회장이 별도로 3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긴급 유동성을 지원한다. 현 회장의 사재 출연은 당초 2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30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현대상선 수익성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높은 용선료(배를 빌리고 배 주인에게 지불하는 돈)를 인하하고 채무를 재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자구안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 등을 통한 추가 자금 지원은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4조5000억 원 규모인 현대상선의 전체 채무 가운데 채권단이 조정할 수 있는 채권은 1조 원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회사채나 선박금융 등의 비협약채권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율협약을 통해 채권은행들이 채무조정에 들어가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고, 자칫 비협약채권자들에게 돈을 퍼주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 측이 자구안에 담은 용선료 인하 협상 등을 지켜본 뒤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김철중 기자
#현대상선#사재출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