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력-영업망 단숨에 확보… 한국기업 턱밑까지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中경제 두 얼굴, 한국 더블쇼크/M&A]

중국은 국내에서는 ‘경제성장 둔화’라는 낯선 위기를 맞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십 년간 쌓아 둔 현금을 무기로 전방위적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첨단 기술 기업과 글로벌 제조업체, 문화 기업 등으로 M&A 영역을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들에는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 M&A 시장의 큰손 중국

중국 전자가전업체 칭다오하이얼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은 138년 역사를 가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인수한 뒤 “전면적 협력으로 서로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상투적으로 들리는 이들의 말 속에 중국 기업이 해외 기업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가 숨어 있다. 바로 기술과 브랜드, 유통망을 단숨에 움켜쥘 수 있다는 점이다.

하이얼은 중국 냉장고 세탁기 내수 시장에서 1위를 자랑하지만 해외 인지도는 높지 않다. GE 가전 부문을 삼킨 이유는 브랜드와 북미 지역 유통망이 필요했기 때문. 미국 시장에서 뿌리내리기 힘들었던 하이얼은 GE 가전사업 인수로 단번에 월풀과 LG전자에 이어 3위 기업이 됐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꾸준히 해외 유명 기업 M&A 전략을 추진해 왔다. 작년 해외 M&A는 건수로는 397건, 금액으로는 935억 달러에 이른다. 전년에 비해 금액은 62% 늘어났다. 2010년에 500억 달러대에서 2배 가까이로 커진 규모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미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샌디스크를 190억 달러에 인수했다.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결과다. 육류 가공 업체인 중국 솽후이(雙匯) 그룹은 2013년 미국의 세계 최대 돈육 가공 업체 ‘스미스 필드’를 인수해 브랜드와 유통망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해외 기업 M&A는 저성장 국면의 탈출구로도 인식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줄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은 더 공격적으로 해외 M&A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M&A 경험이 쌓이면서 근래에는 선진 투자은행(IB)의 도움 없이 자체 M&A팀을 가동해 인수에 성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국 완다그룹은 2014년 10억 유로(약 1조 2500억 원)를 투자해 스위스 월드컵 중계권 판매업체 인프런트 미디어를 독자적으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는 2010년 이후로는 해외 M&A를 독자적인 능력으로 성사시키고 있다.

○ 직접 타격을 받는 한국 기업들

중국 기업들이 M&A를 통해 첨단 산업에 대한 기술특허 및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판도도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한국 대표기업들도 덩치가 커진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국내 업체들이 중국 자본의 사냥감이 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동부그룹이 반도체 파운드리 계열사인 동부하이텍을 시장에 내놓자 중국 자본이 큰 관심을 보인 게 대표적이다. 2014년 8월 동부하이텍에 대한 기업 실사를 진행할 때부터 중국계 전략적 투자자(SI)가 입질을 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실제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법정관리를 거친 스마트폰 제조업체 팬택 역시 중국 부동산업체인 CKT개발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의 ‘인재 빼가기’도 적잖은 리스크 요인이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국내 연구 인력을 빼가기 위해 1년 연봉의 9배를 3년간 보장해 준다는 ‘1-3-9’ 조건을 내걸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자녀들이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를 주선하는 것은 물론 최고급 주택까지 약속하고 있어 헤드헌팅 업체마다 국내 인재 섭외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퇴한 임원들 위주로 데려가던 중국 업체들이 최근에는 현직에 있는 젊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빼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으로의 인력 유출은 화장품, 게임, 항공, 석유화학산업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2014년과 지난해 중국 화장품 회사로 옮긴 인력이 최소 1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지현 jhk85@donga.com·허진석 기자
#중국#경제#중국 쇼크#m&a#인수합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