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E 가전사업 삼킨 중국, 해외 M&A 낙제생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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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가전업체 칭다오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문을 54억 달러(약 6조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가 최종 승인하면 중국 가전업체로서는 사상 최대의 해외 인수합병(M&A) 기록이다. 하이얼은 ‘GE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미국 가전시장은 미국의 월풀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독일 보쉬가 2∼5위를 다툰다. 하이얼이 6위권인 GE를 인수해 공세에 나서면 북미 가전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중저가 제품에 이어 고가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세계 가전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대규모 해외 M&A는 투자 리스크는 있지만 외국 기업의 기술과 시장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미국 일본 기업들은 해외 기업 사냥에 주력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397건, 935억 달러로 금액 기준으로 2014년보다 62% 급증했다. 이 중 한국 기업 인수도 13억4000만 달러로 전년의 1억4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도 703억 달러로 53% 늘었다.

신기술 신사업 중심의 해외 M&A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뒤집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굼뜨다. 한국의 해외 M&A 규모는 2012년 1조7000억 원에서 2014년 4000억 원으로 오히려 격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0∼2014년 5년간 일본 기업들의 전체 M&A 실적 중 해외 기업 비중이 61.6%인 반면 한국은 3.6%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해외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M&A를 통해 몸집과 경쟁력을 키워가는 현실에서 한국 기업들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기업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탈피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M&A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 정부도 전통적인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우리 기업들이 M&A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외 M&A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등 제도 개선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전사업#중국#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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