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마음대로 뽑은 2015년의 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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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식고 있다. 동아일보DB
올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식고 있다. 동아일보DB
하임숙 경제부 차장
하임숙 경제부 차장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개인적으로 ‘올해의 뉴스’를 뽑아 봤다. 개인사이긴 해도 학부모나 세입자들은 어쩌면 공감할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우선, 첫째 딸에게 스마트폰이 생겼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내가 2G폰을 고집하는 주된 이유는 딸들에게 2G폰을 쓰게 하기 위해서’라고 올해 6월 칼럼을 쓴 게 다소 쑥스럽게 됐다. 다 ‘기는 엄마 위에 있는 나는 딸’ 때문이다.

딸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10월 말 같은 반 학생 엄마의 ‘제보’로 알게 됐다. 알고 보니 딸은 10월 중순쯤 인터넷으로 중고 스마트폰 공기기를 3만5000원 주고 샀다. 검색을 통해 적당한 중고폰을 고른 뒤 동네 은행을 찾아가 무통장 입금으로 공기기 소유자에게 대금을 건넸다. 중고폰은 며칠 뒤 우편을 통해 배달돼 왔다.

놀라운 사실은 만 12세인 미성년자가 무통장 입금을 했지만 은행 직원 누구도 “너 같은 어린이가 왜 돈을 무통장으로 송금하니”라고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많은 10대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얼굴이 새겨진 응원봉이나 스티커 같은 상품(굿즈)을 무통장 입금을 통해 거래하고 있었다.

미성년자가 금융 계좌를 개설하려면 반드시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따라서 당연히 미성년자의 무통장 거래에도 제약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내년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하고 빠른 속도로 핀테크가 확산되면 미성년자들이 어느 때보다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거래와 사기 가능성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의 모바일 금융거래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다.

스마트폰을 뺏을까 하다가 일주일에 이틀만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뺏으면 다시 새 폰을 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거니와 ‘나는 너를 믿는다’라는 신호를 어느 정도는 보낼 필요가 있었다. 물론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방법을 놓고 딸과 요즘도 매일같이 싸우고 있다.

두 번째 뉴스는 드디어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평소 하는 운동이라곤 눈 깜빡이기, 숨쉬기뿐이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운동을 안 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판단했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한 것이다. 흰머리가 하나둘 생기더니 건강검진 결과 여기저기에 장기 결절이 생겼다는 점을 확인했다. 어떤 부위는 추적관찰을 해야 하고, 어떤 부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경각심이 생겼다.

아이를 낳은 이상 부모는 아이들이 커서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게 평소의 생각이다. 바쁠 땐 한 달에 한 번을 못 할 때도 있었지만 1년을 돌아보니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운동을 한 때가 훨씬 많았다.

세 번째 뉴스는 ‘시대 트렌드’에 발 맞춰 월세 세입자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경박스럽게 칼럼을 통해 ‘집을 샀다’라고 동네방네 떠들더니 무슨 일인지 싶은 분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론 그 집도 지금 골칫거리가 됐다.

아파트를 분양받았을 땐 분명히 그 집에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첫째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다 보니 교육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교육에 다걸기 하지 않는다’는 제 나름의 교육철학을 지키려 했지만 선택의 순간에 닥치고 보니 흔들렸다. 고민 끝에 ‘사교육 2번지’쯤 되는 목동의 월셋집을 계약했다.

그랬더니 이달에 입주를 시작한, 분양받은 아파트가 골칫거리가 됐다. 한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급작스레 식기 시작해 세입자를 찾기 힘들어진 것이다. 하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시점에 새 아파트 중도금을 모두 내는 동시에 새 아파트에 맞먹는 비싼 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까지 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때보다 곧 임명될 새 경제부총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다걸기 하지 않아도 좋다. 새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을 반짝 띄우다가 쉽게 불씨를 꺼뜨리지 말고 동력을 잃은 수출을 정상화하고 떨어지는 기업 활력을 올려 고장 난 경제시스템을 느리더라도 확실히 고쳐줬으면 좋겠다. 경제가 살아나면 저절로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가 돌지 않겠는가 말이다.

하임숙 경제부 차장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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