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면 죽는다’ 이주열 총재 “독일의 ‘하르츠 개혁’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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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면 죽는다’는 게 지금의 시대상에 가장 적합한 말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에서 “우리의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기업인들에게 혁신과 분발을 당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강연 및 질의응답에서 “독일의 ‘하르츠 개혁’처럼 경제의 체질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며 “이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성장만으로는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어 “경제 성장의 주체는 기업, 기업 성장의 핵심은 혁신”이라며 “대외여건이 녹록치 않겠지만 우리 경제가 어렵지 않았던 적이 언제 있었느냐. 기업가 정신을 십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총재는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흥국의 부채가 위기로 나타날 시점이 머지않았다”며 “일부 취약한 신흥국들의 상황을 볼 때 금융 불균형이 일어날 여건은 성숙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프랑스의 테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미국 금리인상이 중국 경제 둔화와 맞물려 돌아간다면 국제 금융시장이 상당히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 총재는 △제조업의 성장동력 약화 △가계 및 기업부채 누증 △인구 고령화 △노동 수급 불일치(미스매치) 등을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글로벌 여건에 따른 성장둔화, 저유가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한국 경제의 단기적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 발언에 대해 강연을 마친 뒤 “일각에서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실수로 와전됐다”라고 해명했다.

이 총재는 또 “제조업 성장률이 치고 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 경제정책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기업 CEO 4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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