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전자상거래 巨商의 꿈, 열려라 참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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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인턴학생 20명 알리바바 본사 근무해보니…

한국 청년 20명이 7월부터 시작한 중국 알리바바 그룹 본사에서의 인턴 근무를 이달 18일로 끝낸다. 이들은 알라바바의 성장 동력으로 ‘자유로운 조직문화’ ‘일에 대한 열정’ 등을 꼽았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두 번째 줄 가운데)이 인턴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 제공
한국 청년 20명이 7월부터 시작한 중국 알리바바 그룹 본사에서의 인턴 근무를 이달 18일로 끝낸다. 이들은 알라바바의 성장 동력으로 ‘자유로운 조직문화’ ‘일에 대한 열정’ 등을 꼽았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두 번째 줄 가운데)이 인턴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 제공
요즘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I(Internet)2 시대’라는 말이 유행이다. 중국이 ICT 강국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있다. 알리바바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소매 체인과 물류 등 전자상거래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 온라인 동영상, 모바일 게임, 부동산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 알리바바는 올해 7월부터 한국 대학생 20명을 선발해 중국 항저우(杭州) 본사에서 근무하게 하는 ‘청년 알리바바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18일이면 10주 동안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알리바바를 직접 체험한 한국 청년들의 눈을 통해 알리바바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은 한국 인턴들에게 “한국의 미래는 젊은 세대에게 달려 있다”며 “10주 동안 알리바바 본사에서 근무한 한국 인턴들이 보여준 열정과 열의는 정말 인상 깊었다”고 격려했다.

○ 자유로운 기업문화

한국 기업이라면 불가능했을 일들이 알리바바에서는 ‘일상’이다. 그룹 고객체험 사업부 인턴 김지경 씨(제주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는 “알리바바는 부서 간 인력 이동, 복장, 시간 분배 등 많은 부분이 자유롭다”며 “한국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졌을 광경도 알리바바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슬리퍼, 운동복, 짧은 핫팬츠 등 복장에 대한 금지 규율이 없을뿐더러 누구 하나 특정 복장을 강제하지도 않는다. 편한 분위기에서 일하도록 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부서 간 이동도 자유롭다. 알리바바는 사내 공고를 통해 팀별 인력을 모집하기 때문에 화장실 문 등 곳곳에 팀 구성 공고가 붙어 있다. 마치 스타트업들이 ‘웹페이지 디자인 도와주세요’ ‘함께 일할 엔지니어 찾습니다’라며 기술 품앗이를 하는 모습과도 같다.

티몰글로벌 사업 카테고리 운영부서에서 인턴 근무를 한 김애라 씨(충북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가 가장 놀란 점도 자유로운 조직문화다. 김 씨는 “티몰글로벌 사장과 인턴이 눈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며 인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알리바바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예의를 차리지 않는 것은 인턴이라도 회의 때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수평적인 기업문화로 이어진다.

○ 밤 12시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


마윈 회장이 “어떤 회사가 우수한지는 회사 안에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졸업생이 몇 명이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각자 얼마나 미친 것처럼 일하는지, 회사를 퇴근할 때 직원들이 입가에 미소를 짓는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알리바바는 ‘업무에 대한 지속적인 열정’을 강조한다.

한국 인턴들이 알리바바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도 ‘열정’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인 티몰글로벌이 8월 8일을 또 하나의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만들기 위해 나섰을 때 인턴 김애라 씨를 비롯한 티몰글로벌 소속 직원들은 밤을 새워가며 일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티몰글로벌 조직원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티몰글로벌의 발전을 바라는지 느꼈다.

김애라 씨는 “사전 예약판매를 시작하고 8일부터 교역액이 계산되기 시작하자 이를 지켜보기 위해 오전 3시까지 전 직원이 남았다”며 “모두 담당 업무를 자기 일이라는 신념으로 삼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말했다. 티몰 사업개발부에서 근무한 인턴 박세화 씨(한국외국어대 중국어통번역학과 4학년)는 “알리바바 내부적으로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중간에 방향이 수정되거나 아예 프로젝트 자체가 번복되는 일도 잦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수많은 시도와 실패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전했다.

▼ 프로젝트 난관 극복경험 매주 보고서 통해서 공유 ▼

○ 보고는 자기 방식대로


C2C(고객 대 고객) 타오바오 마케팅 식품분야에서 근무하는 인턴 정유현 씨(영남대 국제통상학부 4학년)는 글로벌 ICT 공룡 기업다운 알리바바 내부 모습에 큰 인상을 받았다. 수백 명이 쓰는 알리바바 본사 건물 한 층에 프린터는 단 2대뿐이다. 종이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개별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상급자에 대한 보고 및 결재도 메신저 혹은 e메일을 통해 ‘OK’ 사인을 받으면 끝이다.

정해진 보고 양식도 없다. 알리바바는 매주 프로젝트 과정 중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한 자신의 방법을 주간 보고서로 써서 사람들과 공유한다. 조직원들은 생각의 흐름대로 보고서를 쓴다. 한국 기업이었으면 정해진 양식과 글자체, 결재란을 만들어 파일로 첨부해 e메일로 보내겠지만 알리바바는 글자체, 글자색도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선택해 적는다.

정유현 씨는 “알리바바는 입사한 날이 사원의 생일이다. 매년 입사일이면 같은 팀 사람들이 축하 케이크를 준비해주고 책상에는 축하의 꽃 선물이 가득 놓인다”며 “알리바바가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조직이라기보다는 같이 살고 있는 ‘알리바바 사람들’이란 소속감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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