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알고 있다… “당신은 지금 과속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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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업체들 핀테크 맞춤 서비스

미국 보험사 오스카는 보험 가입자에게 손목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를 지급하고 매일매일 늘어나는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할 때마다 하루 1달러씩 최대 월 20달러의 보험료를 깎아준다. 오스카는 향후 자전거와 수영 등으로 운동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험사 디스커버리라이프도 가입자들에게 맥박, 체온 변화 등을 기록하는 손목밴드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얻은 건강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는 고객에게는 보험료를 깎아주고 있다.

선진국의 보험업체들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이렇게 핀테크를 통해 가입자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각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굼뜨게 반응하던 국내 보험사들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적 핀테크 혁명에 발맞춰 스마트폰을 통한 보험 가입 시스템을 확대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미 미국, 영국의 보험회사들은 텔레매틱스를 활용하는 ‘운전습관 맞춤 보험(UBI)’을 판매하고 있다. 텔레매틱스는 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과학(Informatics)의 합성어로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말한다.

텔레매틱스를 활용하면 보험사들은 운전자의 주행속도와 급제동 및 급가속 여부, 주행시간대, 주행도로 종류 등 운전 관련 정보를 상세히 알 수 있다. 보험사는 이를 통해 사고율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난폭운전자의 보험료를 높이고 안전운전자의 보험료는 낮춤으로써 차별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해외 보험사들은 최근에 특히 웨어러블 기기(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서비스를 대폭 늘리고 있다. 핏비트, 애플워치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보급되면서 생활습관, 운동량 등을 보험계약 심사와 보험료 산정에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보험업계는 그동안 핀테크를 접목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주도적으로 핀테크 활용에 나서는 회사도 없었고 대면 영업을 펼치는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설계사 조직은 핀테크에 거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외국계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핀테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올해 4월 한국에 부임한 프랑수아 르콩트 악사손해보험 대표는 텔레매틱스를 활용해 내년 상반기 중 UBI 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알리안츠생명은 고객의 건강습관을 살피기 시작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달 모바일 건강관리회사인 ‘눔(Noom)’과 제휴해 온라인 보험 ‘올라잇(AllRight)’ 가입자에게 건강관리 앱인 ‘올라잇 코치’ 1년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최근 국내 웨어러블 기기 제조 스타트업인 ‘직토’와 전략적 제휴협약을 맺고 고객의 건강을 챙기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도 핀테크 경쟁에 불을 댕겼다. 금융위원회는 온라인 보험상품 가입 시 본인인증 과정을 간소화하는 한편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을 10월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에 국내 보험사들도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삼성화재 고객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보험 가입은 물론이고 간편하게 긴급출동 요청도 할 수 있다.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손보사들은 차량운행정보 확인장치(OBD)를 장착하는 운전자에게 연간 주행거리가 짧을 때 제공하는 ‘마일리지 할인’을 더 해준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적극 활용해 핀테크 경쟁을 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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