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 활용해보세요”… 中企에 먼저 손내민 기계연구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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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800개 기업에 기술 이전

한국기계연구원은 자체 연구를 통해 얻은 신기술을 800개가 넘는 기업에 이전했다. 올 3월 연구원을 찾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게 임용택 원장(오른쪽)이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한국기계연구원은 자체 연구를 통해 얻은 신기술을 800개가 넘는 기업에 이전했다. 올 3월 연구원을 찾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게 임용택 원장(오른쪽)이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우리의 자기베어링 기술을 활용해 보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고속 모터 제조업체인 ㈜에스티에이의 김준규 대표는 2014년 3월경 생면부지의 한국기계연구원 박철훈 박사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이 기술이 필요해 국내 연구소와 기업을 뒤지던 터라 정말 단비 같은 제안이었다. 김 대표는 그해 말 기계연구원 기술 출자를 받아 연구소기업 ‘마그네타’를 설립했다. 이렇게 만든 ‘자기베어링 기술이 적용된 고주파 스핀들’은 10월 대전에서 열리는 세계과학정상회의에 대표 전시품으로 소개된다.

기술 이전 사업에서 연구자들이 ‘갑(甲)’의 자세를 버리면 중소기업에 얼마나 큰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박 박사는 당시 기술 이전 희망 업체 가운데 적합한 기업이 없자 직접 인터넷을 뒤져 기술이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했다. 박 박사팀의 ‘자기베어링’ 기술은 세계적이다. 축 및 반경 방향의 부하지지용량을 보장하면서 비접촉 방식이어서 초고속 회전이 가능하고 반영구적이며 진동과 소음이 없다. 박 박사는 “기업이 세계시장을 선점하도록 우수한 기술을 빨리 전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은 정부출연연구원 기술 목록을 검색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며 “이런 마당에 연구원 측이 기술을 활용할 기업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니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30여 년간 끊임없이 기술을 지원해 성공시킨 사례도 있다. ㈜유니웰은 최근 기계연구원의 히트파이프 열교환 기술을 활용한 제품 1000만 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했다. 제품 단가가 낮으면서 품질이 우수하고 고객 맞춤형 제작이 가능해 기업은 기대감이 크다. 이 성과는 기계연구원 극한기계연구본부 윤의수 박사가 1984년 연구소에 입사해 제품 개발에 참여한 뒤 지금까지 기술 보완과 자문에 응해 온 덕분에 가능했다. 백구현 유니웰 대표는 “이 스토리가 모델케이스로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계연구원은 1991년부터 800여 개 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KAIST 강문영 교수가 2010∼2012년 3년간 기계연구원과 기술이전 계약한 329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매출 증가 2조7814억 원, 수출 증대 1조1958억 원, 고용 795명의 효과를 거뒀다. 국가경제에 미친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3조 원이었다. 초정밀가공 기술 기반의 제조업 ㈜제이피이의 성공은 기술지원 사업의 대표 사례다. 기술 지원 6년 만인 2014년 매출이 초기의 36배인 103억8000만 원으로 늘어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기계연구원은 지분을 매각으로 24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기계연구원은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월 전담 조직인 ‘성과확산본부’를 꾸려 박사 5명과 변리사, 기술가치평가사, 기술거래사, 창업보육매니저 등 모두 17명을 배치했다. 임용택 기계연구원장은 “정부출연연구원은 원천기술을 개발한 뒤 기업이 이를 활용해 스스로 성장하고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도록 지원함으로써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기업을 도와 온 그동안의 성공 사례를 더욱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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