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 먹거리 투자 착착… “10년뒤 바이오 매출 4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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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 인천 현장설명회 열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공장 내부. 단일 의약품 생산 시설로는 최대인 15만 L의 생산용량을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공장 내부. 단일 의약품 생산 시설로는 최대인 15만 L의 생산용량을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그룹이 1일 인천 송도의 바이오(생명과학) 사업장에서 전격적으로 기자간담회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행사 전면에 나선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 분야 계열사였지만 사실상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주식 가치를 알리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일모직 투자자 간담회에 이은 ‘합병 성사 행보’다.

이는 “삼성물산과의 합병비율 산정 시 제일모직의 주식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장에 “제일모직이 가진 바이오계열사 주식의 가치가 이만큼 높다”고 응수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가 각각 46.3%, 삼성물산이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삼성 1등 DNA’ 이식한 바이오 사업

인천 연수구 첨단대로의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금속으로 둘러싸인 반구(半球)형의 1만5000L 용량 바이오액터(배양기) 10대가 늘어서 있다. 내년 1월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할 2공장은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인 15만 L의 용량을 자랑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생산대행(CMO) 전문 기업으로 반도체산업의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유사하다. 설비 경쟁력이 핵심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공장에 대해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 등의 설비와 세계 최고 수준의 빌딩을 지은 삼성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들어간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어진 1공장은 3만 L의 소규모로 공장 품질 수준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에 가까웠다. 1공장을 건설하면서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규제 당국 품질 가이드라인 충족은 물론이고 기존의 같은 규모 공장과 대비해 투자비는 40%를 절감하고, 공사기간은 50% 줄이는 데 성공했다. 2공장은 1공장을 통해 이뤄낸 노하우를 담아 지었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생산용량을 40만 L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선 2공장이 제대로 가동되기 전인 올해 10월 같은 15만 L 용량의 3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김 대표는 “2025년까지 700만 L의 생산용량 수요가 예상되지만 현재 CMO는 공급 부족 상황이라 시장성이 밝다”고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0.3%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 업체다. 현재 개발이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제품은 총 13종. 이 중 임상 3상 마무리 단계에 있는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를 비롯한 6종은 내년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내년 상반기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추가 개발비를 조달할 계획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바이오베터(오리지널 제품보다 성능을 개선한 의약품)의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며 “나스닥에서 헬스케어 분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25년까지 매출 4조 원-영업이익 2조 원 목표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2011년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꼽히며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사실상 ‘준비 단계’로 의미 있는 매출을 거두지 못했다. 2020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매출 1조 원을, 2025년까지 2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회사 매출을 합산하면 10년 만에 바이오 분야에서 연 매출 4조 원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매출보다 더 기대를 받는 건 수익성이다. 김 대표는 “제약 산업은 대표적인 고(高)위험-고수익 분야”라며 “40∼50%의 영업이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이익을 거두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지분평가이익으로 고스란히 반영된다.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제일모직과 합병하면 바이오산업의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여러 위험성이 상존해 있어 적극적으로 사업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해결돼 1위 CMO로의 도약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송도=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삼성#먹거리#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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