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룡 기자의 현장通]집 사라는 정부, 과연 2~3년 후에도 웃을 수 있을까?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7월 1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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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 직장인 김모 씨(34)는 전세살이를 청산하고 최근 서울 동작구의 아파트를 샀다. 집주인이 ‘반 전세’를 요구해 월세를 낼 바에야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것. 인근 지역의 전세는 씨가 마른지 오래다.

한국감정원과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평균 전셋값(3억2122만 원)과 서울 아파트 거래량(1만38114건)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보다 투자가치가 적고 환금성이 낮아 홀대받던 빌라의 거래도 활발하다.

전세대란과 전세가율 상승으로 차라리 주택을 구입하는 ‘매매전환’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2~30대 젊은층의 주택구입 대출이 증가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30대의 대출 잔액이 1년 새 25% 증가했고, 20대는 무려 46%나 급증했다.

중장년층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은 2~30대는 금리가 올라갈 때 이자 부담을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 이들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연말부터 대출부담이 커진 젊은층의 주택이 시장에 나오고 곧이어 작년부터 대량 공급된 아파트의 입주가 쏟아지면 부동산시장은 조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윤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최근 전세대란과 부동산 분양 열기로 젊은층의 주택구매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집주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싼 이자에 대출을 받을 수 있어 2~30대의 주택 매매는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금리 인상 시 자금력이 떨어지는 젊은 가계의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 (자료:동아일보DB)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 (자료:동아일보DB)

# 미국의 금리인상, 집값 조정 최대 변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1298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안심전환대출 등 모기지론 유동화를 포함한 5월 가계 대출 증가액은 7조4000억 원이다. 월 대출 증가액이 2~3조 원만 돼도 심각한 대출 부실이 문제되던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7조 원은 큰 금액이다.

지난 5월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은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이 출구 전략으로 전환하면 우리나라도 환율방어와 외국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금리가 최고 4.5%까지 올라가면 대출 총액 1300조 원에 대해 3~4% 이자가 올라 39~52조 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미국의 물가가 올라야 금리인상이 실시된다는 것이다. 유가하락으로 물가는 낮아졌지만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건 아직 수요가 늘지 않아 경기 회복이 더디다는 것.

신한금융투자 정자동지점 이정주 PB팀장은 “미국 금리인상이 국내 금리인상에 바로 반영되지 않고 오랜 시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은 경기회복이 선행돼야 금리를 인상할 것이고 인상폭도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분양물량 및 입주물량 변화에 따른 아파트값 변화추이(자료:부동산114)
경기도 분양물량 및 입주물량 변화에 따른 아파트값 변화추이(자료:부동산114)

# 입주물량 폭증, 부동산 가격 조정 불가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전세난에 허덕이지 말고 대출 받아 집을 사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쏟아진 부동산 정책으로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수백대 일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은 연일 역대 최고 공급량을 갈아 치우고 있다.

하지만 이 물량들이 입주하는 2~3년 후의 부동산 전망은 어둡다. 2006년 부동산 훈풍을 타고 분양 물량이 고점을 찍었다가 입주를 시작한 2008년부터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분양 물량은 2006년 대비 거의 2배에 육박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 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르게 되면 회복됐던 부동산 투자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신규 분양시장의 경우 프리미엄을 노린 단기 투자자가 많아 분양권 처분 물건이 늘어나면 공급 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일정 기간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주 단지의 가격 하락은 고스란히 실거주할 입주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며 “최근의 토끼몰이식 분양에 현혹되지 말고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우룡 동아닷컴 기자 wr101@donga.com
위례신도시 각 건설사 모델하우스 앞에 모여있는 '떳다방' (자료:동아일보DB)
위례신도시 각 건설사 모델하우스 앞에 모여있는 '떳다방' (자료: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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