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정제마진 따라 실적 널뛰기… 정유업계 “새 먹거리 찾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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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社 실적 호전에도 초긴장

국내 정유업계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 총 6조9305억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듬해 4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절반(3조2992억 원)으로 뚝 떨어지더니 지난해 7445억 원의 적자를 냈다. 1위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37년 만에 적자를 낼 정도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만 해도 2015년이 되면 정유업계에 본격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 정유업계가 큰 변화 없이 흘러간 가운데 1분기(1∼3월) 4사가 총 957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정유업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간 이유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국제유가가 10월 1일 배럴당 93.50달러에서 12월 31일 52.89달러로 떨어지면서 원유 재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국제유가가 최저 42.05달러(1월 14일)에서 3월 31일 53.40달러로 올라 업체들은 원유를 배에 싣고 오는 40∼45일 동안 앉아서 돈을 벌었다.

또 1분기 아시아지역 내 정제마진의 평균을 의미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8.5달러로 2013년 1분기(배럴당 8.7달러) 이후로 최대를 기록했다. 정유업체 매출에서 정제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업체별로 70∼99%에 이르는 만큼 정제마진에 따라 정유업계의 실적이 춤추는 상황이다.

정제마진이 상승한 것은 일시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적었기 때문이다. 통상 수요가 적은 봄여름에 정유업체들이 정기 보수에 들어가 공급이 줄어든다. 여기에 미국 정유사들의 대규모 파업과 중동산 원유 판매 가격(OSP) 인하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3분기(7∼9월)부터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야스레프가 계획대로 다음 달 상업생산에 들어가고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Ⅱ가 7월부터 가동률을 100%로 높이면 두 곳에서 수출되는 석유제품 물량만 하루 5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50만 배럴은 국내 정유 4사의 하루 원유 처리량(220만 배럴)의 18%에 이른다. 인도 파라디프 원유정제설비(CDU)도 하반기(7∼12월) 전체 가동을 시작한다. 오일앤드가스저널에 따르면 2014∼2018년 중국에만 하루 361만 배럴 규모의 원유 정제설비가 신·증설될 예정이다. 반면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9360만 배럴로 지난해보다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요는 정체 상황이다.

결국 정유업체는 정제마진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 모델을 갖춰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SK E&P아메리카를 통해 석유 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인수했다. GS에너지는 이달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 지분 3%를 7400억 원에 취득했다. 에쓰오일은 고도화 설비를 통해 올레핀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해외에서는 정유업계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세계 5위(시장조사업체 플래츠 기준) 정유사 로열더치셸은 44위 회사 BG그룹을 470억 파운드(약 80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한국처럼 원유를 수입한 뒤 정제해 판매하는 일본도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정유업계 2위인 이데미쓰고산은 5위 쇼와셸석유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3, 4위인 코스모와 도넨제너럴은 사업 제휴에 나섰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국내 정유업계가 정제마진에 따라 영업이익이 움직이는 변동성을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 시각으로 석유 개발이나 고도화제품 등 다른 수익원에 투자하고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정유#실적#정제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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