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정치권과 가까운 금융회사들 경영상태 살펴보니, 역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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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란 정보의 우위를 가진 집단이 그러지 못한 측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면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감기처럼 가벼운 질환에도 응급실을 찾거나 여러 병원에서 중복 진료를 받는 ‘의료쇼핑’을 할 개연성이 있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가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하면 정부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해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더이상 싼 가격에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없게 되므로 사회 전체의 후생이 감소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로체스터대 레너드 코스토베츠키 교수는 최근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금융회사들은 주택담보대출이 늘어서 부도 위험이 커지면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개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늘려 무리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행위를 한다. 구제금융은 정치적 의사결정의 산물이다. 정치인과의 관계는 금융회사에 중요한 자산이며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는지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코스토베츠키 교수가 진행한 연구는 이런 점을 검증하는 데 중점을 뒀다.

1973∼2009년에 걸쳐 분석한 결과 정치인과 관계가 있는 금융회사들은 그렇지 않은 금융회사들에 비해 부채 비율과 주식의 가격 변동성이 높았다. 정치인들과의 관계가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좀 더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도록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결과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정치인들과 관계를 가지고 있던 금융회사들은 그러지 않은 금융회사에 비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인과의 관계는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방만한 운영을 조장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후생을 감소시킨다. 이 연구에 따르면 금융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금융회사가 위기에 빠지면 정부가 나서서 구제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게 할 필요가 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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