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에 빠진 韓 “1잔에 5000원도 아깝지 않아”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5월 11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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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하루 평균 2잔씩 마시는 것으로 알려진 커피는 김치를 제치고 주당 한국인이 가장 자주 먹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커피시장도 8년 새 12%나 성장해 올해는 3조 규모를 내다보고 있을 정도여서 식음료 업계의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과연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커피 시장에 국내 소비자의 수준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한 조사 결과 한국인들의 커피를 즐기는 수준은 시장 성장을 저 만큼 앞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커피비평가협회(CCA)와 코카-콜라사의 캔 커피 브랜드 ‘조지아 커피’는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소비자의 커피 향미 선호도 조사’를 벌었다. 이 결과 국내 소비자는 단순히 커피를 ‘맛’만으로 즐기던 차원을 넘어 커피 선진국처럼 ‘향’을 즐기는 새로운 커피 소비 트렌드를 주도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급 커피가 가진 ‘초콜릿 향’ 가장 선호
조사에 따르면 커피 향에 대해 남녀 모두 높은 인식을 보였다. 응답자 중 52.7%는 ‘은은한 커피 꽃 향’, ‘고소한 견과류 향’, ‘상큼한 과일 향’, ‘초콜릿 향’ 등 크게 4가지로 나눠지는 커피 향의 종류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56.2%)의 경우 커피 향의 종류에 대한 인지가 남성(44.4%)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이 커피 향 문화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떤 향을 좋아할까. 연령대를 막론하고 남녀 모두 달콤한 초콜릿 향(31.3%)과 고소한 견과류 향(26.3%)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은은한 꽃 향(13.2%), 상큼한 과일 향(8.8%)은 상대적으로 낮은 선호도를 보였고, 커피 향을 좋아하지만 어떤 향인지 모르겠다는 응답자(20.3%)는 10명 중 2명꼴이었다. 여성(30.0%) 보다 이성이 강한 남성(34.4%)이 감미로운 ‘초콜릿 향’을 더 선호하는 경향은 특이하다.

남성들은 초콜릿 향(34.4%)과 견과류 향(21.7%)의 선호 차이가 큰 반면, 여성들은 초콜릿 향(30.0%), 견과류 향(28.3%) 차이가 별로 나타나지 않아 단맛 못지않게 부드럽고 따듯한 향을 선호했다.

커피비평가협회 관계자는 “초콜릿 향이 나는 커피는 보통 최고급 커피를 의미하는데, 커피애호가라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향미다”라면서 “초콜릿 향과 견과류 향을 좋아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훌쩍 넘은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커피에서 단 맛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적정가격의 2.5배 넘는 금액 ‘커피 향’에 투자
자신이 원하는 좋은 커피 향을 얻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는 응답은 불황을 무색하게 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의 적정가격을 2000원 미만으로 생각한다는 한 여론조사에 비춰볼 때 응답자의 42.0%가 3000원대로 가장 많이 응답했지만, 43.3%가 커피 적정 가격의 2.5배를 넘는 5~6000원 이상을 좋은 커피 향에 쓸 용의가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5000원대 35.8%, 6000원 이상 7.5%). 특히 여성(50.1%)과 트렌드에 민감한 20대(45.9%), 여유를 추구하는 40대(44.0%)가 좋은 커피 향에 대해 5000원 이상 지갑을 열겠다고 답했다.

#남성은 오전 커피, 여성은 낮 커피 즐겨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커피를 즐기는 시간대는 ‘낮 12시~3시’(31.3%), ‘오전 9시~12시’(30.2%), ‘오후 3시~6시’(20.8%)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녀 간, 연령 간은 대조를 보여 남성은 ‘오전 9시~12시’(27.8%), 여성은 ‘낮 12시~3시’(33.8%)에, 통상 직장생활로 오전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한 30대(36.7%)와 40대(48.0%)는 오전 9~12시에, 사회 초년생이 많은 20대(34.5%)는 졸리기 쉬운 낮 12~3시에 가장 커피를 즐긴다고 응답했다.

커피비평가협회 관계자는 오전 커피는 풍부한 향으로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데 효과가 있는 반면, 오후에는 식사로 나른해진 심신을 일깨우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전에는 몸을 깨어나게 하는 초콜릿 향, 낮 시간에는 청량감을 주는 상큼한 과일 향, 저녁 시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꽃 향의 커피를 추천했다.

#좋은 커피 향미, 재배부터 추출까지 전 과정 중요
국내 소비자의 커피 향미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원두 원산지 및 품종, 원두 가공법, 원두 블렌딩, 로스팅 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시간 중 커피 향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모두 다’라는 응답이 38.2%로 가장 높고, 두 번째로 23.5%가 ‘원두 블렌딩’을 꼽아 국내 소비자의 커피 향미에 대한 높은 인식 수준을 엿볼 수 있다.

선호하는 향미로는 ‘마실 때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 넘김의 맛’(33.0%), ‘마시기 직전 진하게 다가오는 첫 향’(30.5%) 등을 꼽았다. 연령별로는 20대(36.2%)와 30대(30.7%)는 ‘마실 때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 넘김의 맛’을 꼽았지만, 40대(33.3%)는 ‘마시기 직전 진하게 다가오는 첫 향’을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커피 향미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펼쳐 온 세계적인 커피석학 션 스테이만(Shawn Steiman) 박사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좋은 커피 향을 위해서는 원두 원산지와 품종은 물론 가공, 블렌딩, 로스팅, 추출 등 커피 농장에서 컵까지 한 잔의 커피가 탄생하기 위해 모든 과정에서 최상의 조건이 필요하다”며 “한국 소비자는 그 어떤 나라보다 좋은 향미 조건에 대한 인지는 물론, 좋은 커피 향을 추구하는 수준도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소비자들의 높은 커피향미 수준 때문에 한국이 커피에 대한 활발한 연구는 물론 세계 시장을 리드해가는 주요 마켓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6일간 코카-콜라사 기업 트위터 (twitter.com/cocacola_korea)를 통해 진행됐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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