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단계지만… “당신이 어느 매장으로 갈지 다 알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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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술, R테크의 시대로]<2>위치정보-빅데이터 활용

2054년 미국, 사람들이 상점에 들어갈 때마다 전자 광고판이 제각각 다른 상품을 권한다. 홍채로 소비자를 인식한 뒤, 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그가 살 만한 상품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2015년 현재에도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영화에서는 홍채로 개별 소비자를 인식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의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기능으로 고객을 구별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일단 소비자의 ‘정체’를 확인하기만 하면 유통업체는 고객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순식간에 그가 좋아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존의 고객관계분석(CRM)이 위치정보와 빅데이터를 만나 개별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맞춤형 마케팅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통(Retail)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R테크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꼽힌다.

이형도 SK플래닛 광고부문 커뮤니케이션인사이트 랩장은 “기술 발달에 힘입어 앞으로 유통 현장에서는 위치와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맞춤형 마케팅이 궁극적 대세가 될 것”이라며 “다만 법적·심리적 장벽은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법적·심리적 장벽이란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과 정보 수집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거부감을 말한다.

블루투스를 활용한 위치기반 센서 ‘비콘’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매장의 위치를 찾는 소비자들. 롯데백화점 제공
블루투스를 활용한 위치기반 센서 ‘비콘’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매장의 위치를 찾는 소비자들. 롯데백화점 제공
○ “소비자의 마음 읽어요”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아직 유통 현장의 위치기반 서비스는 초기 단계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위치기반 기술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 속속 활용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SK플래닛과 한국IBM이 대표주자로 꼽힌다. 저(低)전력 블루투스 통신망을 이용한 위치 정보 수집 센서인 ‘비콘’을 유통매장 곳곳에 설치하는 중이다. 소비자가 비콘이 설치된 백화점이나 복합몰에 들어가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매장 안내 서비스와 가까운 매장의 할인정보 등이 바로 제공된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빅데이터 분석과 결합한 맞춤형 마케팅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를 위해 CRM 조직에서 일할 빅데이터 전담 기술 인력을 채용 중이다. 맞춤형 마케팅 시스템이 완성되면 올 하반기부터는 화장품을 많이 사는 A 씨가 백화점에 들어오면 그에게 화장품 할인 정보뿐 아니라 그에 어울릴 만한 의류 정보까지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에 투자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할이던 멤버십 서비스 ‘롯데 멤버스’는 올 1월 독립법인이 돼 그룹 내 소비자 정보 분석에 나섰다. SK플래닛은 자사의 위치기반 서비스인 ‘시럽’에 3800만 회원을 보유한 ‘OK캐시백’ 멤버십과 내비게이션 ‘T맵’의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T맵의 안내로 경기 파주 아웃렛으로 가고 있는 소비자에게 인근 맛집 등 OK캐시백 가맹점의 정보를 전해줄 수 있다. IBM은 비콘 기술에 소비자의 행동과 마음을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 ‘소비자정보예측(PCI·Predictive Customer Intelligence)’과 ‘왓슨 퍼스널리티 인사이트’ 솔루션을 결합해 유통 현장에 적용하려 노력 중이다.

김은경 한국IBM 인더스트리 솔루션 아키텍트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나 SNS의 관심사를 통해 그의 마음을 읽으면 해당 소비자가 매장에 왔을 때 어느 동선으로 이동할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생수가 떨어질때 됐죠?”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이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생수를 주문한 고객의 재구매 시기를 예상해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으로 푸시 알림을 보낸다. 한 고객이 두 번 이상 생수를 주문한 기록이 있다면, 그 다음 생수 구매 시점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메프는 고객의 구매 패턴에 근거해 구매 예상일 일주일 전부터 앱이나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으로 생수 할인 광고를 전송한다. 만약 고객이 앱이나 사이트에 접속해 생수를 살펴보기만 하고 사지 않았다면 ‘망설였다’고 판단해 가격이 더 싼 제품을 골라 추천하는 광고 메시지를 또 한번 보낸다.

이처럼 고객의 소비성향이 담긴 빅데이터로 무장한 ‘사이버 점원’은 날로 똑똑해지고 있다. 고객이 입력한 특정 개인정보 하나로 1년 내내 꾸준한 프로모션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옥션은 최근 육아용품에 개인화 서비스를 특화한 ‘베이비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출산 예정일을 한 번 입력하면, 아기의 월령별 발달 단계에 따라 필요한 인기 제품을 생후 12개월까지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물티슈 같은 반복 구매 상품은 일정 주기마다 최저가 상품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옥션의 박희제 마케팅 상무는 “앞으로는 사회적 이슈와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각종 프로모션이 등장할 것”이라며 “엔화 약세 현상이 강해지면 가격이 떨어진 일본 제품을 온라인몰에서 자동 추천해주고, 금연정책이 강화됐을 때는 흡연 대체용품을 추천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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