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한국기업]SK그룹, 글로벌 파트너와 창조경제 실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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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SK하이닉스 합병 직후 중국 우시 생산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2012년 2월 SK하이닉스 합병 직후 중국 우시 생산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1953년 경기 수원시 평동에 지어진 SK그룹의 모태 선경직물 공장은 종업원들이 직접 5km 떨어진 광교에서 돌과 자갈을 갖고 와 만든 시설이다. 이를 이끈 사람이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다. 18세의 나이에 일본인이 경영하는 선경직물 공장 견습기사로 일했던 최 창업주는 6·25전쟁 중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공장을 인수해 창업가의 길로 나섰다.

그는 1963년 아세테이트·폴리에스테르 원사 공장(현 SK케미칼) 건설을 뚝심으로 밀어붙이며 선경을 국내 유수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당시 재계에서는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최 창업주는 섬유산업 수직계열화 완성을 위해 석유사업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석유파동이 밀려오던 1973년 48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

최종현 회장 ‘무자원 산유국’ 실현

“선경을 국제적 기업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분명히 말합니다. 첫째, 석유로부터 섬유에 이르는 산업의 완전 계열화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둘째, 기업 확장과 더불어 경영능력을 배양하는 것입니다.”

최 창업주에 이어 회장을 맡은 고 최종현 회장은 1973년 취임하며 이 같은 방침을 내세웠다. 그는 “언제까지 선진국이 용도 폐기한 기술을 비싸게 사들여 그들의 뒤만 따라갈 수는 없다”며 폴리에스테르 필름 기술 자체 개발을 강행했다.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울 지경까지 투자를 강행한 결과 3년 만에 개발에 성공해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이 이익은 민영화된 유공을 인수하는 자금으로 쓰였다.

유공 인수로 숙원이던 ‘석유-섬유’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지만 최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종합 에너지·화학 기업으로의 과감한 변신을 단행했다. 선경기계 서경금속 선경머린 등 16개 기업을 매각 또는 해산하고 1조5000억 원이라는 자금을 투입해 1991년 6월 9개의 신규 석유화학공장을 준공했다. 이와 함께 석유 파동의 경험에서 비롯된 ‘에너지 안보’ 사업 추진을 위해 해외 석유 개발에 나서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대규모 유정을 발견해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SKT-SK하이닉스, ICT 핵심 경쟁력으로

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SK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정보통신 분야를 정했다. 1984년 미국에 경영기획실을 설립해 해외 동향을 파악하면서 준비에 나섰다. 10년 뒤인 1994년 민영화 대상이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4271억 원에 인수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방식을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SK텔레콤은 SK의 또 다른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반도체 기업 하이닉스 인수는 1998년부터 SK그룹 수장을 맡은 최태원 회장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당시 그룹 내부에서도 ‘무모한 도박’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최 회장은 “내수 위주의 그룹 체질을 바꿀 절호의 기회”라며 밀어붙였다. 인수 시 부채 9조3600억 원과 누적 결손액 1조7000억 원을 떠안고도 3조3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대외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로 떠올랐고, 내부적으로는 SK그룹의 외연을 대폭 키우면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SK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경영으로 얻은 노하우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창조경제를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텔레콤에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창조경제혁신센터 외에도 헬스케어, 에너지관리 시스템, 스마트교육 등 ICT를 응용한 신성장 사업을 중동지역에서 확대할 계획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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