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백년 식당’ 해장국을 먹는일은 역사에 참여하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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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유언이 뭔지 아세요? 불을 끄지 말고 계속 영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백년 식당’(박찬일 지음·중앙m&b·2014년) 》

서울 종로에 있는 해장국집 ‘청진옥’의 올해 나이는 만 78세다. 현존하는 국내 해장국 가게 중 가장 오래됐다. 1937년 첫 해장국을 끓인 후 지금도 손님을 맞고 있고 3대, 그러니까 창업주의 손자가 가업을 잇고 있으니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겠는가. 78년간 수많은 손님을 맞으며 가게 불을 끄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사장인 최준용 씨(47)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불을 끄지 말고 계속 영업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요리사이자 음식칼럼리스트인 박찬일 씨는 청진옥의 해장국은 ‘단순한 해장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있는 오래된 식당 18곳의 얘기를 취재해 엮은 책 ‘백년 식당’에서 “한 그릇의 청진옥 해장국을 먹는 것은 역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래된 음식점 자체를 역사의 현장으로 보는 시각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음식점이나 식품 기업이 거의 없다. 대부분이 6·25전쟁 이후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유행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 탓에 식당들이 쉽게 문을 열고 닫는 것도 ‘노포(老鋪·오래된 점포)’가 드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중에서 살아남은 몇몇 식당들이 ‘명소’가 되고 요즘에는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로부터 입점 제의도 받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그 위상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8곳의 식당 취재를 바탕으로 ‘오래 살아남는 음식점들의 공통점’을 밝혔다. 가게가 화려하진 않지만 깨끗하다는 점, 창업주나 가업 승계자 등이 직접 음식을 만든다는 점, 종업원들이 몇십 년 오래 일한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맛에 대한 해답은 잘 알 수 없었다. 맛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음식점 주인들의 반응이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뭐 별거 없어요. 그냥 열심히 만드는 것뿐이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백년 식당#해장국#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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