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3월 셋째주 주총서 CEO 잇달아 교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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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체질로 확 바꾸자” 고강도 처방

국내 상장회사 409곳이 동시에 주주총회를 연 20일, 주요 제약회사의 주총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대거 교체된 것이었다. 이날 유한양행을 비롯해 종근당, 셀트리온, 부광약품 등이 새로운 인물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유한양행에선 김윤섭 사장이 물러나고 이정희 사장이 새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종근당에선 2003년부터 12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김정우 부회장이 퇴진하고 김영주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셀트리온에서는 창업주 서정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부광약품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유희원 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주요 제약기업들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려운 시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용을 짜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최근 3년간 국내 제약시장은 전체 매출이 19조 원 안팎에서 더 올라가지 않는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주요 업체들의 수출 비중은 매출액의 약 10%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의 돌파구가 될 해외 진출이 매우 미진하다는 뜻이다.

한 제약회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제약회사들은 그동안 고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에 안주해 왔다”며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에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금세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팽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대표이사가 교체된 기업 대다수는 영업력 강화와 연구개발 집중을 통한 성장동력 마련을 경영 목표로 내걸었다.

유한양행의 이정희 사장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지난해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회사의 성과를 이어가려면 영업과 연구개발의 양 날개를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약 550억 원으로 업계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가장 많은 한미약품(약 1525억 원, 매출의 20%)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사장은 최근 한미약품이 7800억 원 규모의 신약 기술을 수출한 데 대해 “우리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은 아예 외부에서 전문가를 수혈했다. 김영주 신임 사장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와 노바티스 등을 거친 인물로 해외 제약업계의 흐름에 밝은 인물로 꼽힌다. 종근당 측은 “국내 시장은 성장하기에 한계가 명확한 데다 해외 시장 진출이 업계의 화두인 만큼 해외 업계 사정에 밝은 전문가를 모셔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신약 연구개발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유희원 부광약품 사장은 연구개발 분야 전문가다. 유 사장은 대표이사 선임 전에도 해외에서 들여온 신약 물질을 상용화하는 등의 연구개발 분야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매출의 8∼9%이던 연구개발 비용을 15% 선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기우성, 김형기 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변화를 꾀했다. 그동안 회사를 이끌어 온 창업주 서정진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김성모 mo@donga.com·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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