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우선매수청구권 금호아시아나 다시 날개 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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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호고속 지분 인수 통보시한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통보 시한을 하루 앞둔 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하루 종일 분주히 움직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근 “금호고속이 그룹에 재편입되는 게 순리에 맞다.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고 거듭 독려한 만큼 우선매수청구권 마감 시한인 9일까지 반드시 이 권리를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8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는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IBK투자증권-케이스톤 파트너스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할 계획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이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매물을 먼저 살 수 있는 권리다.

금호아시아나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결정하면 3개월 내인 6월 9일까지 인수대금을 완납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금호고속은 3년여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다시 편입된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 측은 인수 의지가 매우 강하지만 2000억 원으로 추산한 가격이 5000억 원대까지 오른 만큼 자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결국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M&A 시장에서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매각 절차 중 우선매수청구권으로 인해 지연이나 갈등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난항’ 잇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의 지분 57.6%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관심사다. 50%+1주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일가는 다음 달 말 본입찰의 최고가 이상 가격에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인 금호산업을 뺏기면 사실상 그룹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양회는 KDB산업은행, 신한은행 등 채권단의 지분 46.83%가 지난해 9월 매물로 나왔지만 매각 절차를 시작도 못했다.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함께 보유한 2대주주(32.36%)인 일본 다이헤이요(太平洋)시멘트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는 탓이다.

○ 우선매수청구권은 ‘독이 든 사과’

M&A 기법 중 하나인 우선매수청구권은 그룹사들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이지만 자칫 매각 과정에서 독(毒)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동부건설은 우선매수청구권과 성격이 일부 비슷한 ‘콜옵션(미리 정해놓은 조건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 때문에 법정관리까지 가게 됐다. 지난해 동부건설이 동부익스프레스를 매각할 당시 채권단은 “콜옵션 없이 팔면 1000억 원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동부건설은 콜옵션을 붙여 3100억 원에 매각했다. 이후 동부건설은 산은에 콜옵션을 담보로 1000억 원을 대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산은은 거절했다. 결국 동부건설은 유동성 문제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콜옵션도 사라졌다.

우선매수청구권을 성공적으로 활용해 매각한 계열사를 되찾아온 사례도 있다. 한라그룹은 2008년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해 사모펀드(PEF) 선세이지로부터 만도를 8년여 만에 되찾았다. 현대중공업도 아부다비 국영 석유투자회사(IPIC)에 현대오일뱅크를 매각했다가 2010년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11년 만에 그룹사에 복귀시켰다.

IB업계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은 추후 성공적으로 기업을 되찾아올 때는 그룹 재건에 도움이 되지만 당장 매각 과정에서는 기업 가치를 깎기 때문에 그룹의 유동성 확보에는 부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 우선매수청구권 ::

매물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 통상 자산 소유자가 입찰에서 나온 최고가를 우선매수청구권 보유자에게 제시하면 그는 인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인수를 거부하면 소유자는 자산을 제3자에게 팔 수 있다. 영어로는 ‘처음 거절할 수 있는 권리(right of first refusal)’로 표현한다.

강유현 yhkang@donga.com·정세진 기자
#우선매수청구권#금호아시아나#금호고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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