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빅데이터가 인문학을 만날 때… ‘인류史 숲’이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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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은 우리가 상대방의 이름조차 잊어버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도 우리가 화가나서 보낸 e메일에 담긴 모든 단어를 기억 할 것이다.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에레즈 에이든, 장바티스트 미셸·사계절·2015년) 》

할리우드 유명 배우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는 한때 ‘중2병’을 앓는 것으로 유명했다. 제이든은 자신의 트위터에 “교육은 반역이다(Education Is Rebellion)” “신생아가 말할 수 있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존재일 것”이라며 무언가 심오한 듯한 글을 가득 써 놨다. 모든 단어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쓰는 것도 그의 허세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윌 스미스는 아들과 한 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뼈 있는 소리를 했다. 제이든이 트위터에 올린 글로 구설수에 오른 뒤였다. “제가 열네 살 때 진짜 바보 같았어요. 그런데 그땐 트위터도 없었고, 페이스북도 없었죠. 그래서 전 바보 같았지만 제가 바보인 건 아무도 몰랐어요.”

트위터는 제이든이 아버지 윌 스미스의 나이가 됐을 때도 그가 열네 살 때 남긴 데이터 발자국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소소한 데이터가 모여 빅데이터를 이루면 현대 사회를 분석하는 더할 나위 없는 재료가 된다.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의 저자들은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디지털화한 3000만 권의 책 가운데 800만 권을 추려 특정 단어가 지난 500년간 얼마나 사용됐는지 그 빈도의 추이를 분석했다. 그들은 빅데이터를 통해 역사와 언어, 문화를 분석하는 접근법을 ‘컬처로믹스(Culturomics)’로 정의했다.

저자들은 빅데이터를 비롯한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문학이 더욱 융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 인간 사회를 탐구하기 위해 세계 일류대학의 전문가들을 만나는 것보다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의 빅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누군가의 SNS 속에 남겨진 작고 부끄러운 데이터 발자국에 관심을 갖기보다 빅데이터라는 커다란 숲을 조망해 보는 게 어떨까.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진격의 서막#에레즈 에이든#장바티스트 미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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