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급팽창 기술금융… 금융위, 4월 내실다지기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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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TF 구성해 첫 현장점검
정책드라이브-실적 부풀리기 겹쳐… 5개월새 대출 8조원이상 증가
부실 면책으로 건전성 우려 증폭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현장에 대한 첫 점검에 나선다. 일부 금융회사들이 자영업자 대출까지 기술금융으로 끼워 넣어 ‘실적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기술금융 현장을 점검해 제도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3일 “기술금융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만큼 건전성을 확인할 때가 됐다”며 “실적 부풀리기를 자제하는 대신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주도록 은행 직원들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3월에 구체적인 점검계획을 만들어 4월에 금융감독원 검사 인력과 민간 연구위원 등을 포함한 특별점검팀을 현장에 내보낼 방침이다.

정부는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7월 금융회사들에 기술력을 담보로 해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술금융에 적극 나서도록 권고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 혁신성 평가에 기술금융 실적을 반영키로 하면서 은행들이 대출에 적극 나섰다. 작년 7월 말 1922억 원에 불과하던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12월 말 기준 8조9247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정부 목표치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하지만 대출 증가 속도만큼이나 말도 많았다. 기술력 있는 기업에 돈이 돌게끔 하겠다는 좋은 취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였지만 급속도로 불어나는 기술금융의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기술신용평가 수요를 기술보증기금 등 3곳의 기술신용평가기관(TCB) 인력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TCB가 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완성도 높은 평가서를 작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TCB가 작성한 평가서를 참조해 은행이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인 만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출 부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기술금융의 경우 대출을 담당한 은행원에게 연체 등 부실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대출이 방만하게 나갈 수도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았다.

몇 개월 새 수십 배로 증가한 기술금융 실적을 두고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은행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기술금융과 상관없는 다른 대출까지 기술금융 실적으로 끼워 넣는다는 지적이었다.

앞서 13일 금융위와 금융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은행 혁신성 평가 개선 세미나에서도 기술금융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금융은 평가기관(TCB)과 취급기관(은행)이 다르기 때문에 심사할 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술금융이 지속 가능하려면 기술금융이 어느 정도 확산된 후 혁신성 평가 지표에 기술금융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기술금융 확대에만 신경을 써왔던 금융당국은 “이번 점검을 계기로 대출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점검 대상은 기술신용 평가서를 작성하는 TCB와 평가서를 활용해 대출을 실행하는 은행들이다. 단 기술금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는 만큼 제재를 동반한 금감원식의 검사는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또 점검팀에 금감원 인력 외에 민간 연구위원을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 점검 시에는 TCB 인력을, TCB 점검 시에는 은행 인력을 동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술금융 현장의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고, 기술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당국#기술금융#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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