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섬 일본, 품질혁신 치우쳐 가격경쟁력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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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硏 ‘저성장 원인’ 보고서… “해외 시장이 원하는 혁신이 살길”

‘갈라파고스 섬.’

일본 제조 업계를 빗대 부르는 말이다. 주변과는 동떨어져 혼자서만 발전을 거듭하는 모습이 마치 홀로 진화하는 갈라파고스 섬과 비슷하다고 해서 전문가들이 붙였다.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계시장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는 일본 제조업 부진의 원인이 이 같은 행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요를 부르는 혁신’은 따로 있다는 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일본 제조업 혁신 부진의 교훈: 고투입-저성장의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금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고 혁신도 계속해 나가고 있다. 2011년 기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2.6%로 미국(1.9%)이나 독일(2.0%)보다 높다. 제조업체의 혁신 활동도 선진국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2000년대 들어 기술 수출액이 급증해 높은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실적은 반대다. 총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지고 있고, 가전·반도체·산업기계 등 주력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2012년부터는 첨단기술산업 분야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국내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고품질·고기능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해외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술 개발이 완전히 새롭다기보다는 기존 기술을 개량하는 데 집중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2011년에 일본 기업이 낸 특허 중 67%는 기존 기술 개량에 맞춰져 있고, 모험적인 기술에 대한 특허는 8%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각각 49%, 24%였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이 원하는 혁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업종이 협업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대기업 대상보다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제조업#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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