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55% “금융위기 때보다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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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30대그룹 경영환경 조사
29곳중 13곳 “2017년이후 경제회복”
“해외시장 경쟁심화 가장 큰 난관… 구조조정 등 경영내실화 중점 추진”

《 국내 30대 그룹 절반 이상이 지금 경제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장기 경제 불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뚜렷한 돌파구마저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4일 발표한 ‘2015년 투자·경영환경 조사’에서 ‘최근 경영환경 및 시장 여건이 2008년과 비교해 어떤 수준인가’라는 질문에 응답 그룹 29곳 중 9곳(31.1%)은 ‘훨씬 나쁜 수준’, 7곳(24.1%)은 ‘조금 나쁜 수준’이라고 답했다. 전체의 55.2%가 금융위기 당시보다 최근의 상황이 더 어렵다고 진단한 것이다. ‘조금 나은 수준’(7곳)과 ‘훨씬 나은 수준’(1곳)을 합친 비중이 27.6%에 머문 것과 대조된다. 》  
○ 대내외 악재를 극복할 재료가 없어

현재 대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해외시장 경쟁 심화’(10곳·34.5%)였다. 엔화가치 약세를 무기로 수출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국내 업체들에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고 중국 업체들도 나날이 추격의 고삐를 죄어오고 있다.

스마트폰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까지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4분기(10∼12월) 시장점유율 19.6%로 애플과 거의 동률을 이뤘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애플과 현지 업체 샤오미(小米)에 뒤진 3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3대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서조차 현지 업체 마이크로맥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기업들은 또 경영상 어려움의 배경으로 ‘내수 부진’(6곳·20.7%), ‘채산성 악화’(5곳·17.2%) 등을 많이 꼽았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불황을 함께 겪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존 시장과 산업이 한계에 부딪혔지만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것이 현재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 ‘투자’보다는 ‘경영 내실화’

이번 조사에 응답한 29개 그룹 중 “올해 사업 구조조정 등 경영내실화를 중점 추진전략으로 삼겠다”고 밝힌 곳이 17곳(58.6%)이나 됐다. ‘연구개발(R&D) 투자 등 신성장 동력 발굴’은 8곳(27.5%)에 그쳤다.

올해 예상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29곳 중 12곳(41.4%)이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년 대비 확대’와 ‘전년 대비 축소’는 각각 10곳(34.5%), 7곳(24.1%)이었다.

다만 전체 응답기업 중 절반 이상(58.6%)은 ‘국내외 경기회복 여부’가 투자에 영향을 줄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다른 변수로는 유가 및 원자재가와 자금 확보 등이 많이 꼽혔다.

기업들은 투자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내수경기 활성화’(11곳·37.9%)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투자 관련 규제 완화와 세제지원 확대 등이 우선 필요하다고 답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주요 그룹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못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국내 경기회복 속도를 더욱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며 “국내 경제가 조속히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업, 정부, 노동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 기자
#금융위기#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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