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큰 車부품 “對日흑자 만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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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62억원 첫 무역흑자
일본과 교역서 대표적 약세품목… 기술혁신 통해 엔低 방어막 뚫고
4년만에 年10억달러 적자 뒤집어

선바이저(자동차 앞유리 윗부분에 달려 있는 햇빛 가리개) 등 차량 내부 인테리어 용품을 주로 제작하는 국산 자동차 부품 업체 ‘주식회사 용산’은 현대·기아자동차하고만 거래하다 2012년부터 일본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3년 스즈키자동차와 자동차 5만 대에 들어갈 부품 계약을 따낸 뒤 추가로 8만 대 계약도 성사됐다. 이달 2일에는 추가로 자동차 14만3000대 분량의 시트커버에 대한 견적 작성에 들어간 상태다.

이 회사 김덕래 이사는 “지난해만 해도 일본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다녀온 것 같은데, 그때마다 꼭 경쟁부품을 사와서 다 분해해 보고 연구했다”며 “일본 업체들이 품질·비용·납기준수 3가지 측면에서 한국이 안정적인 수준이 됐다고 평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수출 관련 기관들도 ㈜용산의 수출에 도움을 줬다. ㈜용산이 처음 일본 업체와 인연을 맺은 계기도 2012년 9월 KOTRA가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마련한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 설명회 행사에서였다. KOTRA는 일본 진출을 고민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나고야 KAPP(Korea Auto Parts Park)’라는 공동 사무실을 만들어 무료로 현지에 사무실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자동차 부품 업계가 사상 처음으로 대(對)일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과의 무역관계에서 자동차 부품은 그동안 대표적인 약세 품목으로 여겨져 왔던 터라 사상 첫 흑자 기록은 한국 자동차 부품 업계의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OTRA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산 자동차 부품은 지난해 2376만 달러(약 262억 원)의 대일 무역 흑자를 냈다. 자동차 부품은 2010년까지만 해도 10억 달러의 대일 무역 적자를 보였다.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보면 국산 자동차 부품은 지난해 총 266억3600만 달러의 수출량을 기록해 한국의 3대 수출품목이 됐다.

첫 흑자 기록은 국산 자동차 부품의 대일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많은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일본에서의 수입량을 줄인 것이 동시에 작용했다. 먼저 수출이 늘어난 것은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 노력에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위험 분산을 위해 부품 수입처를 다양화하길 원했던 일본 완성차 업체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원래 자국의 부품만 쓰기로 유명했지만, 동일본 대지진이 터진 뒤 엔고 현상이 발생하면서 부품 조달 경로를 다양화할 필요를 느껴 외부로 눈을 돌렸다. 이때 중국은 단가는 낮지만 아직 품질이 낮고, 일본은 품질은 좋지만 단가가 높은 상황에서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은 한국 업체들이 진출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또 자동차 업계의 대세가 유럽차·디젤 차량이 되면서 일본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산·디젤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서 일본 부품보다는 유럽 부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엔저 현상은 여전히 부품업체들을 위협하고 있어 대응책이 요구된다. 김현태 KOTRA 나고야 무역관장은 “엔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품질, 원가 면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며 모듈(생산공정의 일부를 부품업체에 이관하는 것) 형태의 진출을 꾀할 필요도 있다”며 “일본 본토뿐만 아니라 일본 완성차의 해외 거점을 목표로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흑자#무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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