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몸짓은 ‘진실의 언어’… 노련한 사장은 기획案 대신 몸을 읽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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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에서 배우는 경영… 非언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스컹크를 야생에서 만나면 가장 먼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다람쥐처럼 생긴 ‘귀요미’ 외모에 반해 다가가면 녀석들은 물구나무를 서는 묘기까지 선보인다. 하지만 이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줄행랑을 친다. 녀석들의 이 기특한 묘기는 악명 높은 독가스를 발사하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자연 세계에서 몸짓은 가장 기본적이자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몸짓 신호를 보내고 또 상대로부터 신호를 파악한다. 진정한 눈치란 나에게 필요한 세상의 움직임을 재빨리 알아채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 이성 없이도 발현되는 완전 대응시스템

같은 종으로 공동체를 이뤄 사는 사회 속에서도 몸짓은 중요하다. 영장류인 침팬지 무리에서 서열이 가장 높은 대장의 눈길을 별생각 없이 받아넘긴 무리 구성원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한다. 아니 잘못하면 그 순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따라서 1인자의 견제를 받는 수컷들은 정기적으로 1인자를 관찰한다. 만약 우두머리가 날카롭게, 오랫동안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면 폭풍을 치러낼 준비를 해야 한다. 수없이 학습한 그 눈길은 우두머리가 자신에게 뭔가 불만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점심을 먹고 좀 늦게 사무실에 들어섰다 싶었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아니나 다를까 사무실 안쪽 책상 앞에 앉은 이사의 두 눈이 나를 응시하는 것 같다.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눈길이 뭘 의미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 아니 알아야 한다. 상사의 응시를 느끼는 순간 몸은 자동 반응한다. 허리와 어깨가 수그러들면서 온몸의 체적이 줄어든다.

인류의 고향인 사바나 시절부터 우리는 생존에 필수적인 지혜를 유전자를 통해 후손에게 전했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노려본다면 ‘이상신호’로 여겨야 한다.

○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눈길이 더 정확

특히 자신이 조직을 이끄는 상사이고 리더라면 자신이 몸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매년 한 번씩 회사가 생산한 제품과 글로벌 1위 제품을 함께 비교하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한 대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장이 어느 날 몇 명의 직원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다. “전시를 둘러보는 회장님의 발걸음과 시선을 정밀하게 체크하라. 특히 회장님이 어느 제품 앞에 어느 정도 멈춰 있는지,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를 초 단위로 체크하라.” 왜 그랬을까? 발걸음과 시선은 회장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려주는, 몸으로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몸짓언어의 힘’을 믿었던 이 사장은 당연히 오랫동안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첨단시대에 웬 원시언어인가 싶어 뜬금없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사실 몸짓의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말로 일일이 설명할 수 없고 금쪽같은 시간을 내가며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전달하기도 어렵다. 눈빛과 몸짓만으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해내는 조직은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노련한 사장들은 기획안을 보지 않는다. 액수가 많은 프로젝트일수록 그들은 기획안 대신 그것을 가져온 사람을 본다. 그리고 동물적인 직관력으로 그들의 몸이 하는 말을 읽고 듣고 느낀 뒤 판단한다.

때론 리더가 한바탕 웃는 것만으로 조직에 팽배했던 불안이 한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말로만 하는 위안이나 격려보다 하이파이브 한 번, 포옹 한 번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몸으로 하는 말은 이처럼 직접적이고 감성적이고 본능적이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서광원 생존경영연구소장 araseo11@naver.com

정리=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경영#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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