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삼진정밀, 35개국에 밸브 수출… “2018년 글로벌 톱10 예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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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뚝도정수센터 고도정수처리시설 대형 밸브 설치 현장.
서울 뚝도정수센터 고도정수처리시설 대형 밸브 설치 현장.
‘점프 앤드 런.’ 작지만 강한 밸브 전문 업체 ㈜삼진정밀(www.samjinvalve.com)이 올해 설정한 슬로건이다. 이미 국내 최고의 밸브 기업이지만, 도전과 혁신의 고삐를 더욱 조여 2018년까지 ‘글로벌 톱10’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전 산업단지 내에 있는 삼진정밀은 산업용 밸브 업계의 챔피언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상하수도 밸브 시장 점유율 전국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알짜 회사다. 밸브는 물이나 기름과 같은 유체가 흐르는 배수관에 장착돼 유체 흐름을 제어하는 개폐장치로, 수도꼭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1991년 임대 공장에서 자본금 1500만 원과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삼진정밀은 사업 초기 상하수도용 밸브에서 시작해 지금은 오일·가스·화학용 특수 밸브 제조까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나로호 우주발사체에도 납품했는데 여기에 쓰인 밸브는 cm²당 500kg의 무게를 견딘다. 상하수도용 밸브보다 50배 이상 뛰어난 내구성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각종 플랜트에 쓰이는 ‘다중 실링 버터플라이 밸브’는 섭씨 영하 200도의 초저온을 견디기도 한다.

삼진정밀은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연구개발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밸브 관련 특허와 기술인증만 무려 200여 개에 이른다. 특허 보유 수로 따지면 국내 기계 제조 중소기업 전체를 놓고 봐도 1, 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삼진정밀은 가장 기본적인 밸브에서부터 글로벌 선도기업만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까지 두루 생산한다. 밸브 직경도 1cm에서 4m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4m 둘레의 대구경 밸브는 높은 압력에도 버틸 수 있는 누수방지 기술이 핵심으로, 국내에서 이 정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

전통 제조업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도약한 삼진정밀은 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수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5년 전부터 특수 밸브와 더불어 제어 기술까지 본격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해외 35개국에 밸브를 수출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가에서 제품에 대한 문의가 오고 있어 수출 활로가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진정밀은 최근 수(水)처리 시스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전시와 건설기술연구소,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와 함께 개발한 ‘독립형 마을정수장치’가 그 신호탄이다. 아프리카, 동남아 등 식수 여건이 취약한 국가에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제품이다.

이 회사는 또 정보기술(IT)로 배관 속 다양한 정보를 모니터링하여 압력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상하수도관 파손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입하고 있는 유수율 제고 사업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한편 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전 직원이 정규직이어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삼진정밀을 찾아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정태희 대표 인터뷰… “직원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업되겠다” ▼

“글로벌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지만 삼진 가족은 올해 판로 다각화와 글로벌 메이저 업체 벤더 등록을 추진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파도는 거세지만 삼진의 항해는 계속될 겁니다.”

정태희 대표(56)는 맨주먹으로 시작해 알토란같은 ‘삼진’ 가족을 키워 냈다. 현재 ㈜삼진정밀 외에 상수도 배관 자재를 만드는 ㈜삼진코리아와 플랜트용 볼밸브를 생산하는 ㈜삼진JMC 두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삼진JMC는 지난해 51회 무역의 날에 1000만 달러 수출 탑을 수상했고, 삼진코리아는 최근 배관 파이프를 연결하는 피팅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3개 회사를 합해 직원 수만 230여 명이다. 창업 이후 23년 만에 이룬 성과다. 정 대표는 줄곧 직원들과 사회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직원들의 행복을 돕고, 사회의 행복에 보탬이 되는 가치 있는 사업, 이것이 그가 오래 고민해 온 기업의 목표다. 근로자들이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학사·석사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한편, UST와 한국기계연구원에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개설하기도 했다. 수많은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그는 ‘기업’과 ‘나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지역사회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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