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공기업 문어발식 사업 접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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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수익사업 손떼면…”
빚갚기 급한 공기업 발동동

공기업의 ‘문어발식 사업’에 대한 정부의 기능 조정 방침에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들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공기업은 기능 조정 방향에 따라 수익 확대나 부채 절감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18일 밝힌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에 따르면 공기업은 민간 영역을 침범하거나 단기 수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확장한 사업들을 정리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분양이나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택지 분양, 한국도로공사의 민자도로 관리 등이 그런 종류의 사업으로 거론됐다.

‘우선 점검’ 대상이 된 이들 공기업이나 다수의 SOC 공기업을 산하 기관으로 둔 국토교통부도 기능 조정 방향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국토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공기업을 핵심 기능 위주로 재편하고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에 돌려줘 경제 체질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능 조정 대상에 오른 사업 중 상당수는 정부로서는 꼭 필요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공기업에 떠맡겼거나, 공기업이 적자가 나는 다른 주요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도록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진출을 용인한 사업이라는 게 공기업들의 항변이다.

아파트 분양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라는 정부 방침을 접한 LH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4·1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이미 LH의 공공분양을 연간 7만 채에서 2만 채로 대폭 줄이고, 전용면적 60m² 이하 소형 아파트에만 집중하도록 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로서는 수익이 있어야 공공임대 아파트를 원활히 지을 수 있는데 수익성이 높은 분양사업에서 손을 떼면 기존 부채 감축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공은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개발이 기능 조정 대상에 올랐다. 택지 분양은 ‘비핵심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에코델타시티는 4대강 사업으로 생긴 수변공간을, 송산그린시티는 시화호 간척지를 활용한 신도시 조성 사업이다. 수공은 에코델타시티 개발로 생긴 수익을 4대강 사업으로 진 빚 8조 원을 갚는 데 쓸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민자도로 관리 부문이 비핵심 사업으로 지목된 도공에선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공은 서울∼춘천, 부산∼울산, 서수원∼평택 등 3개 민자고속도로를 위탁관리하고 있다. 도공 관계자는 “2010년 국토부의 연구용역 결과 기존 고속도로와 민자고속도로가 연계된 구간은 통합 운영이 관리 인력이나 장비 운영에서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따라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4월까지 각 부처, 대상 공기업과 조율을 거쳐 구체적인 기능 조정 과제를 확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검토할 분야를 거론한 것이라 세부 과제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문어발식#사업#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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