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문열어…팔겠다는 기업 없어 개점휴업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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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40곳 “할당량 적다” 이의신청

국내 기업들이 정부에서 할당받은 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12일 문을 연다. 하지만 배출권을 사겠다는 기업은 많은 반면 팔겠다는 기업은 없어 ‘개점휴업’ 상태가 우려되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12일 오전 10시부터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문을 열고 본격적인 배출권 거래가 시작된다. 정부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이 남는 허용량을 판매하고, 허용량을 초과한 기업은 그만큼 배출권을 사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환경부는 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업체 84곳, 철강업체 40곳 등 국내 5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을 확정해 통보했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예정된 1차 계획기간에 이들 업체에 할당된 탄소 배출권은 15억9772만 t으로, 앞으로 산업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 1t마다 시장가격이 매겨져 거래가 되는 것이다. 금융투자기관의 중개 없이 525개 기업이 직접 거래에 나서며 거래소는 업체 간의 매매와 청산결제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아 개장 초기부터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 총량(15억9772만 t)은 당초 기업들이 정부에 요구한 신청량(20억2100만 t)보다 20% 이상 부족한 상황. 최근 배출권 거래 대상인 525개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240여 곳이 배출권 할당량이 적다며 환경부에 이의신청을 냈다. 배출권을 팔 기업이 거의 없는 것이다.

또 실제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남는 허용량이 있다고 해도 기업들이 배출권을 파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반부터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으면 정부 허용량이 과도하게 할당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배출권 거래시장인 ICE거래소도 개장 초기 3개월간의 거래량이 극히 적었고, 2013년 11월 문을 연 중국 상하이 배출권거래소도 지난해 6월에야 본격적으로 거래가 시작됐다는 게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윤석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국내 시장도 초기엔 거래가 활발하지 않겠지만 일단 시장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6월까지 기업들이 올해 할당 받은 배출량에 대한 배출 실적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앞두고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을 조기에 활성화하려면 배출권 거래 할당업체들이 비(非)할당 업체로부터도 부족한 배출권을 사올 수 있는 ‘상쇄 배출권’ 거래의 시행을 앞당기고 금융투자기관들의 시장 참여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온실가스배출권#환경부#온실가스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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