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반도체… ‘14조 대박신화’ 이어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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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효자’ 2015년에도 질주
삼성, 中시안 공장 1조 들여 증산… SK, 15조 투입 이천공장 증설
압도적 기술력에 발빠른 투자로… D램 분야 당분간 해외 적수 없어
2015년엔 非메모리 시장도 적극 공략

SK하이닉스가 경기 이천시 부발읍 경충대로 본사 사무동 인근에 새로 짓고 있는 M14 공장 건설 현장. 올해 하반기(7∼12월) 
완공되는 이 공장은 초기 건설비용 2조1000억 원을 포함해 8년간 총 15조 원이 투입된다. 이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SK하이닉스가 경기 이천시 부발읍 경충대로 본사 사무동 인근에 새로 짓고 있는 M14 공장 건설 현장. 올해 하반기(7∼12월) 완공되는 이 공장은 초기 건설비용 2조1000억 원을 포함해 8년간 총 15조 원이 투입된다. 이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반적인 부진에 빠졌던 한국 전자업계에서 효자 노릇을 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사업에서 2010년 이후 최대인 8조 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5조 원이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직전 분기 대비 20% 이상 늘어난 영업이익을 거두는 ‘대박’을 쳤다.

한국 전자업계에서 2014년은 ‘반도체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력이던 스마트폰 산업은 중국에 밀려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TV도 경쟁 격화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와중에 앞선 기술력으로 무장한 반도체만 힘을 냈다. 새해에도 반도체의 질주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새해 반도체 영업익, 삼성 12조-SK 5조 원대 전망


지난해 6월 1일 조용히 착공된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신규 공장(M14) 건설 현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축구장 7개가 넘는 크기의 터에 수십 개의 타워크레인이 솟아 있다. 밤에도 이곳만 낮처럼 환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공장이 완공되면 큼지막한 회사 로고를 영동고속도로에서 잘 보이는 외부 벽면에 부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D램 시장은 새해에도 호황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31일 반도체 거래사이트 D램익스체인지는 2015년 D램 시장이 1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12.6%로 잡았던 한 달 전 예측치를 상향 수정한 것이다. 세계 D램 시장의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또 한 번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두 기업의 적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압도적인 기술력 격차와 발 빠른 투자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1년에 2, 3차례 용량을 늘리고 전력 효율성을 높인 신제품을 양산해 내고 있다. D램 제조사 중 유일하게 2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미세 공정을 적용했다. SK하이닉스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20nm 미세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해외 업체들은 25∼29nm 수준에 불과하다. 전자기기를 만드는 국내외 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처음으로 반도체 수출 규모가 600억 달러를 넘어 압도적인 1위 품목이 됐다.

삼성전자는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시안(西安) 공장에 1조 원 이상을 추가 투자하면서 증산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와 별개로 지난해 사상 최대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분야는 끊임없는 공정 개발이 이뤄져 후발 주자의 추격이 쉽지 않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15년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12조 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5조50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시스템반도체 설계 역량을 키워야

그동안 부진했던 비(非)메모리반도체 분야도 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에 이어 팹리스(제조 공장이 없는 설계 전문 기업) 퀄컴으로부터 모바일 AP(앱 프로세서) 파운드리(위탁 생산)를 수주했다.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인 모바일 AP는 비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시장이 가장 큰 분야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3차원으로 쌓는 ‘핀펫’ 기술을 적용한 14nm 미세 공정으로 모바일 AP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애플과 퀄컴이 대만 TSMC에 맡겼던 물량 일부를 되찾아 왔다. TSMC의 모바일 AP 미세 공정 수준은 16nm에 머물러 있다.

이 기술로 파운드리 확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브랜드의 모바일 AP도 한층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모바일 AP 세계 시장은 퀄컴이 60% 가까이를 독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3.3%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년 초 나올 예정인 스마트폰 갤럭시S6에 14nm 핀펫 기술을 적용한 자체 AP ‘엑시노스’ 신제품을 탑재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에서는 갤럭시S6의 엑시노스 탑재율이 8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시스템반도체인 CMOS 이미지 센서 분야에서 선두 기업 소니와의 기술력을 좁혀 가고 있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파운드리가 출판업의 ‘인쇄공장’이라면 설계 기업은 ‘출판사’라고 할 수 있다”며 “결국 자체 설계 기술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새해 한국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반도체#대박신화#1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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