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유화 ‘운명의 날’… 나프타 관세부과 애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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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2% 부과案’ 차관회의 상정
23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2015년부터 3000억원 안팎 내야
국제油價 추락에 수익급락 상황… “가격 경쟁력 떨어져 수출 비상”

18일은 정유 석유화학 업계에는 ‘운명의 날’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열리는 차관회의에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한 관세를 최대 2% 부과하는 안이 상정될 계획이다. 이 안이 의결돼 23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정유회사들은 내년부터 3000억 원 안팎의 관세를 내야 한다. 이미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유 4사의 정유부문 적자가 1조 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17일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국내산 나프타에 최대 2%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정유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해 얻은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린다. 나프타를 정제하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이 나오고 이를 다시 정제하면 플라스틱이나 섬유의 원료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6년부터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왔다. 특정 원유를 나프타 제조용으로 썼다고 증명하면 원유를 수입할 때 낸 관세 3%를 환급해 줬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환급액은 3300억 원(1억3800만 배럴)이다. 정부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 할당관세를 폐지하거나 1∼2% 수준으로 축소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나프타에 관세가 부과되면 국산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르게 되고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 중동 미국 등은 국제 시장에 값싼 화학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중국에서 자급률이 90%를 넘어선 석유화학 제품은 2010년 2개에서 내년 9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유국인 중동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원유 정제설비를 대거 증설하고 있다. 중동산 에틸렌 생산원가는 국내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에 중동의 에틸렌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0년 8%에서 지난해 19%까지 올랐다. 미국도 셰일가스 붐에 힘입어 저유가의 덕을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회사들은 국내에서 생산한 나프타의 15∼20%를 해외에 수출하고 석유화학 회사들은 제품의 55%를 수출하는 상황에서 국산 나프타에 관세가 붙으면 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플라스틱과 섬유 등 내수 제품의 가격도 오른다. 한국자원경제학회는 나프타 할당관세가 폐지되면 전 산업의 물가가 평균 0.028% 오르고, 특히 화학제품 물가는 0.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석유화학 회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나프타 수입 물량을 늘리게 되면 별도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비산유국 중 유일하게 원유에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0.1∼0.2%), 호주(0.4%), 멕시코(10%) 등 4곳뿐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자원 빈국은 오히려 원재료에 관세 철폐를 하고 산유국들은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관세를 매기는 상황인데 정부는 세수를 확보하겠다며 관세를 더 부과하는 ‘역주행’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정유#석유화학#나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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