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한국 경제에 ‘엔低 고착화’ 된서리 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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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장기집권 가능성, 한국 경제에 새로운 변수로
글로벌 14개 투자은행들
“현재 1달러=110엔대 환율… 2015년엔 최고 130엔 갈 수도”
수출비중 높은 韓기업 초비상… 에너지-주택리모델링 사업은 유망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해 어두운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장기집권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아베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가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압승으로 14일 마무리됨에 따라 엔화 약세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국제금융센터와 민간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의 아베노믹스 추진방향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일본은행(BOJ) 역시 18, 19일 금융정책회의에서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엔화 약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일제히 엔화 환율 전망을 상향 조정(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4개 투자은행들은 현재 달러당 110엔대인 엔화 환율이 내년 말 평균 124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엔-달러 환율이 130엔, JP모건과 BNP파리바는 128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약세의 가속화는 국내 수출기업에 악재다. 엔화 약세가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세계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자동차, 석유제품, 기계, 철강업체들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대일(對日)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은 이미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1∼11월 국내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누적 수출액은 289억8200만 달러(약 32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에 전체 수출액의 27.7%를 일본으로 수출한 농수산물 분야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내수 및 투자 부진 속에서 엔화 약세의 가속화로 수출마저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기업들이 이 효과를 누리기보다 엔화 약세로 인한 악영향을 더 받을 것”이라며 “외환시장 변동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의 중장기 과제인 경제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기업들이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준 KOTRA 선진시장팀장은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공약으로 에너지 절감, 주택 리모델링 등을 활성화해 경제 불황을 타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며 “국내 기업들이 일본의 경제정책 변화를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 / 김성규 기자
#한국경제#아베#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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