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아남자”… 2014년 대기업 人事 코드는 ‘생존’… 위기극복형 조직개편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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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승진-발탁 대폭 줄이고… 직원 인력 감축은 최소화
혁신보다 조직안정에 무게
삼성-현대車-SK 세대교체… 3세경영 위한 친정체제 시동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임직원 인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환율 변동, 새로운 성장 동력 부재 등 대내외적 악재로 고민하는 대기업들은 과감한 인사 혁신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 안정화를 택했다.

재계 및 학계 전문가들은 15일 올해 대기업 인사에 대해 일제히 ‘생존’이란 키워드를 지목했다. 한편으로는 “3세 경영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친정체제 구축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 군살 빼고 시기 앞당기고

이달 초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발표한 삼성그룹은 사장단(부회장 포함)이 60명에서 53명으로 줄어들었다. 임원 승진도 지난해 476명에서 올해 353명으로 26%나 줄여 그룹 전체 임원은 2100여 명에서 2000명 안팎으로 감소했다. 삼성 관계자는 “직원들의 인력 감축은 최소화하되 임원 자리는 불가피하게 줄였다”며 “기존에 사장이 맡던 자리를 승진 없이 부사장에게 맡긴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적이 추락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이철환 사장 퇴임으로 비게 된 개발팀장 자리를 고동진 부사장이 승진 없이 맡은 게 대표적 사례다.

정유업종 불황으로 근심이 커진 GS그룹도 임원 승진자 수를 대폭 줄여 ‘조직 슬림화’를 꾀하고 나섰다. 특히 처음 임원을 단 상무 승진자는 지난해 29명에서 올해 16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인사 시기를 대폭 앞당기는 경우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9월 권오갑 사장 체제로 바뀐 지 한 달 만인 10월 중순 일찌감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2분기(4∼6월), 3분기(7∼9월) 최악의 영업손실을 낸 위기 상황을 반영해 상무보 이상 임원 262명 중 무려 81명(31%)을 내보냈다. 포스코도 매년 4월 1일자로 인사를 내던 관행을 뒤엎고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인사를 발표해 내년 1월 1일자로 발령을 낼 방침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임직원 규모를 줄이고 경영진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은 위기 시 기업 인사의 전형”이라며 “기업들이 과감한 정면 돌파보다는 ‘일단 생존한 뒤 다음을 모색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런 인사 전략이 근시안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 중 상당수는 위기 뒤에 필요한 투자와 전략 부재로 도태되거나 어려움을 겪는다”며 “최근 주요 기업의 인사 움직임을 보면 지나치게 움츠러들어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3세 경영 부각과 세대교체

일부 대기업의 경우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중용한다거나 전체적인 임원 연령대가 낮아진 것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그룹의 경우 만 60세 이상 사장이 대거 물러나며 신임 사장단의 평균 연령이 53.7세로 지난해(54.3세)보다 낮아졌다. 임원 역시 평균 연령 46.7세로 최근 4년 중 가장 젊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그룹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SK C&C의 CEO로 51세인 장동현 사장과 박정호 사장을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차세대 리더’로 입지는 탄탄했지만 이번 인사에서 부각될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SK그룹 내부에서는 젊은 피 수혈을 통해 고강도 인적 쇄신을 추진하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인사조직 전문 컨설팅업체인 타워스왓슨코리아의 김기령 대표는 “본격적으로 전면에 등장할 준비를 하고 있는 3세 오너(삼성)와 상대적으로 젊은 오너(SK)가 자기 세대 인력들을 대거 발탁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이미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월 최한영 현대자동차 상용담당 부회장이 물러난 데 이어 4월에는 설영흥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부회장이 퇴진했다. 10월에는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이삼웅 기아자동차 사장도 잇따라 물러났다.  
▼ 전문가 “너무 움츠려… 긴 안목의 人事 필요” ▼

대기업 人事코드는 ‘생존’


특히 50대의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시대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인사뿐 아니라 향후 수년간 현대차그룹은 40, 50대 인사 중 차세대 리더를 뽑기 위한 ‘옥석 가리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기복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주요 그룹의 ‘후계구도’가 본격화하더라도 사장단이나 임직원들을 한꺼번에 바꾸진 못한다”며 “실적이 급격히 떨어진 일부 계열사의 경우 세대교체를 위한 좋은 명분을 줬다고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에도 기업 오너가의 승진 여부는 변함없는 관심거리였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시너지팀 부장이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한 뒤 8년 만에 상무로 승진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직행하기도 했다. GS그룹에서는 허창수 그룹 회장의 막냇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그룹의 경우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2010년 입사한 데 이어 4월에는 차남 동원 씨가 한화L&C에 입사해 현재 ㈜한화 디지털팀장을 맡고 있다. 10월에는 삼남 동선 씨까지 한화건설에 입사했다. 김 실장의 경우 올해 말 인사에서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도 주목된다.

산업부 종합
#대기업#개편#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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