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년만에 최저… 경제효과는 ‘찔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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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새 4%↓… 2015년에도 약세 전망
한국, 글로벌 침체에 수출 늘지않고 油化업계 타격도 커 ‘제한적 호재’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심한 저유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4% 이상 폭락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2.79달러(4.2%) 하락한 배럴당 63.0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09년 7월 이후 5년 5개월 만의 최저 가격이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도 2.88달러(4.2%) 내린 배럴당 66.19달러에 거래됐다. 이 역시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9일 국제 원유시장은 전날보다 소폭 상승한 상태에서 거래를 시작했지만 저유가 행진이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의 타리끄 자히르 최고경영자(CEO)는 8일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수준에서 6, 7개월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70달러로 제시하면서 내년 하반기에는 43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이 원유 순수입국인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과거처럼 마냥 좋아할 순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전엔 유가가 떨어지면 원유 도입비가 감소해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줄고 물가도 안정돼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유가 하락이 한국 경제 회복의 계기가 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 때문이다. 중국 등 주력 수출시장의 경기가 침체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이 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유가 하락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9일 발표한 12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최근 유가 하락의 긍정적 파급효과는 예전에 비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산유국의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중동 러시아 등 산유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이미 정유 석유화학 업계는 정제 마진이 줄고 재고 평가 손실이 커지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 산유국이 발주한 해외건설 수주로 그나마 수익을 올렸던 건설업계는 최근 저유가의 여파로 수주가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항공 해운 업계는 유가 하락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정세진 기자
#국제 유가#저유가#국제 원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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