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低성과 정규직 ‘단계적 일반해고 방안’ 노사정委 통해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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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 테이블 오르는 ‘불편한 진실’

업무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저(低)성과 정규직’의 해고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일단 중간 과정으로 다른 업무에 전환 배치하도록 하는 ‘단계적 일반해고 방안’을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추진한다. 또 노사정위의 일반해고 모델을 토대로 각 기업이 상황에 맞춰 내부 ‘취업규칙’을 정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평소 저성과자를 옹호하다가 정작 자기 부서에 저성과자가 오는 것을 꺼리는 한국 기업조직의 ‘불편한 진실’이 공론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경제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토론회’에서 “현저하게 업무성과가 낮은 근로자의 경우 1차적으로 직업훈련, 전환배치 등을 통해 적합한 일을 찾아주는 ‘사내 룰’ 형성이 중요하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저성과자 관리 및 해고에 대해 정부 부처 간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에 미온적이던 고용부가 이례적으로 해고의 전제조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 부분을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정규직 과보호 완화 방안의 뼈대는 저성과자에 대해 투명한 관리 및 해고기준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부처 간 의견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별 사정이 각각 다른 만큼 근로기준법을 바꿔 일반해고 기준을 규정할 수는 없지만 노사정위를 통해 저성과자 판단기준, 해고회피 노력 등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기업이 이를 참고해 자체 기준을 만들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장관의 발언과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모델은 무차별적 해고를 방지하기 위해 복잡한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먼저 근로자의 성과가 수치로 나타난 성적표, 과실의 정도와 횟수를 평가해야 한다. 종합평가에서 ‘저성과자’로 판단되면 기업은 해당 근로자가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 그 결과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면 다른 업무로 전환배치하고, 기본적 소양이 부족하다면 직업훈련 등을 통해 평균 수준의 성과를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런 해고회피 노력이 결실을 보면 해당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지만 성과가 계속 부진하면 징계가 불가피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 번 징계한 뒤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바로 해고하지 말고 여러 차례 재기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중간과정을 모두 거쳤는데도 성과가 개선되지 않으면 마지막 수단으로 저성과자를 해고하는 방안이 노사정위에서 논의된다. 2010년 중앙노동위원회 용역과제로 저성과자 해고문제를 연구했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0만 원짜리 성과를 내는 사람이 1000만 원어치 보상을 받는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일반해고 모델이 부당해고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금도 노조활동을 열심히 하는 근로자들을 업무성과 부진자로 간주해 전환배치하거나 해고하는 사례가 있다”며 “일반해고 모델이 구체화하면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에 보완장치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회사에서 ‘찍힌 사람’을 내보내는 등 보복성 인사조치에 이용할 수 없도록 저성과자 기준과 기회부여 방식 등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김준일 기자
#단계적 일반해고#저성과 정규직#정규직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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