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과징금-지원사업 영구퇴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뿌리뽑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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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의 복지타운 조성 사업에 참여한 지역 건설사 대표 A 씨(44)는 2010년 국고보조금 140억 원을 받아 이 중 37억 원을 빼돌렸다. A 씨는 횡령한 돈으로 서울 강남구의 고가 월세 아파트에 살며 비싼 수입차인 포르셰를 빌려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애초에 정부 지원대상 자격을 갖추지 못한 A 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담당 공무원에서 3500만 원의 뇌물을 주고 서류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부실한 국고보조금 관리와 비리공무원과 업체간 민간 유착으로 국민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대표적인 '세금낭비' 사업으로 꼽히는 국고보조금에 대해 정부가 대수술에 들어가기로 했다. 앞으로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하면 5배에 이르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원히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고보조금은 지역 복지사업이나 기업의 신기술 연구개발(R&D) 등을 장려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업체에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국고보조금 예산은 52조5000억 원으로 전체 예산(355조8000억 원)의 15%에 이른다. 또 R&D 정부출연금(30조9000억 원)과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국세감면액(33조 원) 등을 포함하면 실제 국고보조금 규모는 연간 100조 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지난해 검경 합동조사에서 3300여명의 부정수급자가 국고보조금 1700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보조금 관리 체계가 허술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우선 보조금 부정수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원 자격이 되지 않는데도 서류를 조작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다가 적발되면 부정수급액의 5배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한번만 적발돼도 정부 보조사업에 영원히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또 부정수급으로 유지판결을 받은 업체는 정부 보조사업뿐만 아니라 국가 발주사업 입찰참가자격도 2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보조금을 서류조작 등으로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사업자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형 외에 과징금은 부과되지 않았다. 실제로 2010년 정부로부터 1억1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은 뒤 실제 사업이 부진하자 보조금을 되돌려주지 않기 위해 실적서류를 꾸며 제출한 한국국학진흥원 직원 B씨는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고도 보조금을 반환하고 벌금 50만 원의 처벌을 받는데 그쳤다. 하지만 징벌적 과징금 제도가 도입되면 이 직원은 보조금 1억1000만 원 외에 5역5000만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은 현재 최대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어나고 보조금이 40억 원 이상 환수되면 신고자에게 별도로 포상금을 지급한다. 환수금액에 비례해 지급하는 포상금은 최대 20억 원으로 책정됐다.

보조사업 선정절차도 까다로워진다. 지금은 재정지출 효율성 등 13개 항목을 간단히 점검하는 방식으로 보조금 지급 사업을 선정하지만 앞으로는 100억 원 이상 신규 사업에 대해 적격성 심사제도를 도입해 사업 효율성과 부정수급 가능성에 대해 꼼꼼히 심사하기로 했다. 또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보조금 사업 정보를 통합한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보조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자체 실태점검 결과 99개 보조금 사업이 유사·중복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2017년까지 이들 사업을 포함한 600여개 보조금 사업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대책을 통해 재정효율성이 연간 1조 원 이상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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