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아슬란 “휠 스포크 수까지 조절… 소음-진동-충격 잡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현대車 아슬란 개발 이민섭 실장 “고주파 차단해 정숙성 최고 수준”

이민섭 현대자동차 소음진동개발실장(이사·왼쪽에서 두 번째) 등 ‘아슬란’ 개발팀이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아슬란의 소음 발생 장소를 찾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이민섭 현대자동차 소음진동개발실장(이사·왼쪽에서 두 번째) 등 ‘아슬란’ 개발팀이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아슬란의 소음 발생 장소를 찾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한국 전통 음계가 7도가 아닌 5도 화음인 이유가 뭔지 아세요? 한국인은 고주파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아슬란’은 고주파를 차단해 정숙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차입니다.”

이민섭 현대자동차 소음진동개발실장(이사)은 13일 경기 화성시 장덕동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강조했다. 통상 음역대가 높아질수록 파동이 짧고 빠른 고주파 형태를 띤다. 엔진 소리, 섀시가 울리면서 나는 소리, 노면 마찰에서 나는 소리, 바람 소리 등 각종 소리 중에서도 귀에 거슬리는 고주파를 잡아내고, 외부 소음을 차단해 한국 운전자들이 좋아하는 정숙함을 실현했다고 이 이사는 설명했다.

아슬란은 2012년 프로젝트명 ‘AG’로 개발이 시작됐다. 크기(길이 4970mm)와 배기량(3.0∼3.3L)으론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지만 현대차의 전륜구동 세단 중에선 가장 고급 모델이다. 당시 개발팀에 떨어진 임무는 ‘화장기 쫙 빼고 기본에 충실한 차’였다.

이 이사는 “업무에 지친 40∼60대 기업체 임원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퇴근길에 타는 차로 진동과 소음이 심한 스포츠카를 택하진 않을 것”이라며 “자체 소비자 조사 결과 ‘차를 살 때 소음과 진동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40%나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고속에서도 정숙하고 편안한 차’였다. 현대차는 ‘NVH’를 줄인다고 표현했다. N은 소음(noise), V는 진동(vibration), H는 요철을 지날 때 느끼는 충격(harshness)의 앞 글자다.

통상 자동차들은 소음을 잡아내기 위해 타이어 휠 안쪽에 플라스틱 흡음재를 쓴다. 그러나 아슬란은 효과가 더 좋은 카펫과 비슷한 질감의 화학소재를 덧댔다. 차량 내부에는 실 안에 공기층을 보유하고 있어 고주파를 흡수해주는 고급 섬유인 중공사(中空絲)를 썼다. 문틈과 엔진 등에는 흡차음재를 붙였고 유리창은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했다. 이 이사는 “바람 소리가 최대한 덜 유입되도록 라디에이터 그릴 세로선의 두께와 모양, 휠의 스포크 수까지도 조절했다”고 귀띔했다.

이 이사는 “아슬란은 국내 수입차 공세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내수 전용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미국 운전자들이 소음과 진동에 민감해 아슬란은 미국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흡차음재를 많이 넣다 보니 연료소비효율(연비)은 L당 9.5km로, 전륜구동 경쟁 차종 아우디 ‘A6’(L당 9.0∼15.9km)와 렉서스 ‘ES350’(L당 10.2km)보다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사는 “ES350의 차체와 모든 부품을 노트 한 권 크기로 잘라내 분석하고 용접은 몇 번 했는지, 철강 재질은 무엇이고 구조용 접착제는 얼마나 썼는지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ES350(5150만∼6370만 원)에 비해 아슬란은 가격이 3990만∼4590만 원으로 낮지만 승차감, 정숙성, 주행 성능, 핸들링 성능이 모두 ‘반 단계’ 앞섰다고 자평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선보인 아슬란은 16일까지 710여 대 팔렸다.

화성=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자동차#아슬란#엔진 소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