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기업]SK, ‘사용자를 위한 기술’ 개발이 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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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제조 경쟁력의 원천은 ‘연구만을 위한 연구’를 철저히 벗어나야 한다는 방침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업들이 연구개발(R&D)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빠지기 쉬운 ‘기술을 위한 기술’, ‘사용자를 더 어렵게 만드는 기술’ 같은 딜레마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SK그룹은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부가가치를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R&D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실제 사업 현장의 의견이 최대한 R&D에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R&D 과정에서 사업부서 실무자들의 비즈니스 감각이 반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계열사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로 꼽히는 건 SK에너지가 2011년 개발한 ‘유수분리 기술’이다. 다량의 염분이 함유돼 있는 원유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기술을 의미하는데, 정제 기술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힌다. 염분을 정제하는 기술이 없을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일반 원유를 수입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유수분리 기술을 통해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었다. 중동과 아프리카보다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고염분 원유가 많은 러시아에서도 원유를 대량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K케미칼은 국내 화학업계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인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고열에 강하고, 강도도 높은 플라스틱이다.

매년 7% 이상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국내 업체들이 제대로 도전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를 개발한 것이다.

특히 환경 유해 물질인 ‘염소’를 사용하지 않고 ‘벤젠’을 통해 PPS를 개발해 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첨단 소재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SKC는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수차례 변신에 성공한 회사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비디오테이프를 주로 생산했던 SKC는 광학용 필름의 국산화를 이끌었다.

2010년부터는 태양광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2015년에는 태양전지소재 필름 분야에서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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