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 모바일결제 뛰는데… 한국은 아직 걸음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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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서비스로 본 현주소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려면 먼저 카카오페이에 가입해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 카드 정보와 비밀번호를 설정해야(①) 한다. 한 번 등록하면 다시 카드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톡 내 전용 쇼핑몰 ‘선물하기’에서 구매할 상품을 고른 뒤 결제 수단으로 카카오페이를 선택(②)하면 미리 등록한 카드 정보가 뜬다. 이 중 결제할 카드를 고르고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③)한다. 확인 버튼을 누르면 바로 결제가 완료(④)된다. 카카오톡 제공
카카오톡을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김서영 씨(31·여)는 최근 카카오톡이 출시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에 가입했다. 야근 중이라는 친구에게 ‘선물하기’를 통해 커피 상품권을 구입해 선물하면서 카카오페이를 처음 이용했다.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한 뒤 결제 버튼을 누르고 설정한 비밀번호 6자리를 입력하자 곧바로 결제가 됐다. “정말 3초 안에 결제가 돼 빠르긴 빠르다. 그런데 ‘이게 다야?’ 싶었다.”

○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은 ‘아직…’

카카오톡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 가입자가 24일 출시 10일 만에 80만 명을 넘었다. 국내 36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톡이 내놓은 야심작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높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김이 빠진다. 아직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에서만 카카오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결제할 수 있는 카드도 현재로서는 BC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뿐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카카오톡 이용자들끼리 물건 및 상품권을 구매해 주고받는 카카오톡 내 전용 쇼핑몰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앞으로 홈쇼핑 및 온라인 서점 등 다양한 가맹점을 추가로 확보하고,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도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일부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도 각각 전자지갑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페이팔이나 중국의 알리페이와 같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는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가 이런 플랫폼 사업자가 되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 중국, 미국엔 거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전자결제시스템 ‘알리페이’는 자사 가입 고객이 스마트폰에 은행계좌나 신용카드를 등록해 미리 돈을 충전하고 온·오프라인에서 간편 결제하는 서비스다. 지난 1년간 알리페이의 총 결제액은 3조8729억 위안(약 650조 원). 하루 평균 106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이 알리페이를 통해 결제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알리페이 사용자는 8억2000만 명에 달한다. 알리페이 가입자는 해외 가맹점에서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알리페이는 국내에서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롯데닷컴 등 400여 개 사업자와 협력해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 결제 시스템 ‘페이팔’은 한 번 카드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이베이’, ‘아마존’을 비롯한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애플이 지문으로 본인 인증을 하는 결제 시스템 ‘애플페이’를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아직 갈 길 먼 국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이렇게 외국 모바일 결제시장의 거인들이 덩치를 더욱 키워 나가는 사이 한국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플랫폼이 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IT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에서 모바일 결제 시장이 이렇게 미성숙한 데는 한국의 금산분리 정책, 액티브X 기반 공인인증서 사용 환경으로 인한 제약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에서는 엄격한 금산분리 정책으로 인해 모바일 결제 등 금융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융사와 협력해야 한다. 반면 구글, 이베이,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글로벌 IT기업이지만 단순 지급결제에서부터 송금, 대출 및 투자 중개, 보험 판매까지 제공하는 등 금융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IT업체가 전자금융거래를 하려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면 된다”며 “다만 IT업체 입장에서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면 미래부 외에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을 추가로 받게 되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보안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최근 ‘천송이 코트’ 논란으로 촉발된 전자상거래 관련 규제개혁 흐름을 타고 액티브X 기반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화가 폐지됐고 공인인증서 외에 자동응답시스템(ARS), 문자메시지(SMS) 인증 방식 등이 추가로 도입되고 있다. 간편결제 이용 시에는 아예 사전 본인인증 없이 아이디(ID)와 패스워드(PW)만으로 결제를 할 수도 있다. 또 결제대행사(PG사)가 카드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돼 PG사를 통해서도 간편결제가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보안 사고의 책임을 놓고 카드사와 PG사 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당분간은 PG사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개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민기 minki@donga.com·송충현 기자
#모바일 결제#카카오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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