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감정 참아야하는 金대리, 업무생산성 측정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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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감정 표현을 억제해야 할 때가 많다. 기분이 좋다고 마냥 웃거나 화가 난다고 해서 표정을 찡그릴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일터에서는 직장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다. 감정 표현 억제는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필요하다. 과도하게 화를 내면 인간관계가 엉키게 만들고 사회생활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부작용도 발생한다. 감정을 억제하면 두뇌의 여러 기능을 종합하는 실행 기능이 떨어진다. 또 두뇌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감정 표현을 억제하려고 에너지를 많이 써버리면 다른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게 된다. 감정 표현 억제를 너무 자주 하면 고차원적인 두뇌의 인지 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미국 유타대 공동연구진은 감정 표현 억제가 두뇌의 실행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대학생 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실험 참가자에게 정해진 시간 동안 추상적인 도형을 그리거나 가능한 한 많은 단어를 기록하는 과제를 주고 결과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두뇌의 실행 기능을 측정했다. 이후 실험 당일 참가자에게 감정 표현을 억제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실험 당일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정도가 심했던 참가자의 실행 기능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 결과는 우울증의 정도 등 여러 외부 변수를 고려해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감정 표현 억제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등 분명 긍정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감정 표현을 억제하면 업무 생산성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두뇌의 실행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행 기능은 높은 수준의 두뇌 인지작용으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할 때 꼭 필요하다. 기업은 고난도의 업무에서 생산성을 높이려면 임직원의 두뇌 실행 기능이 최대한 작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은 복잡한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런 조직문화가 정착돼야 업무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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