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폐열사용·탄소감축… 알뜰살뜰 기업이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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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들어본 에너지 절감 A to Z

아껴야 잘사는 법.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해낼 부가가치를 만드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적은 에너지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비용절감은 물론이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도 대비할 수 있다. 물론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제고도 덤으로 따라온다.

알뜰한 주부에게 살림 노하우가 있듯 기업들에도 에너지를 아끼는 노하우가 있다. 새어나가는 열(熱)을 붙잡고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수준에서 조명을 바꾸고 ‘쿨비즈’를 입는 것까지 기업들의 알뜰한 에너지 사용 노하우를 공개한다.

날아가는 열도 붙잡으라

큰 공장이 있는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공중으로 날아가는 열을 붙잡는 것이다.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릴 열을 잡아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면 같은 양의 열을 만들기 위해 연료를 태우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열을 잡는 일은 공단에 모인 공장들 사이에서 잘 일어난다. 옆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잠시 빌리거나 싼값에 사오듯 옆 공장에서 버리는 열을 가져다가 유용하게 쓰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에쓰오일. 인근에 있는 LS니꼬동제련에서 폐열을 이용해 생산하는 값 싼 스팀(증기)을 시간당 40t 이상 가져다 사용하고 있다. 비용절감 효과가 쏠쏠하자 이제는 인근에 있는 고려아연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스팀을 들여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효성과 SK이노베이션도 비슷하게 폐열을 활용한 스팀을 공급받아 쓰고 있다.

폐열이 사라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팀이 지나가는 파이프 길이를 최대한 짧게 하면 된다.

에너지 절감 설비 투자는 아끼지 말라

국내에선 내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별로 탄소배출량을 미리 정해놓고 허용치보다 탄소를 덜 배출하면 남은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는 제도다. 물론 허용치보다 탄소를 더 배출하려면 배출권을 사야 한다. 같은 양의 에너지를 쓰더라도 그 에너지원이 탄소를 이용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면 그만큼 탄소배출권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어떤 기업들은 회사 안에서 지역이나 사업부문별로 탄소 감축량을 할당해 사내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기도 한다. 각 사업부문별로 탄소 절감 경쟁을 유도하는 셈이다.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를 쓸수록 유리하다. 이 때문에 공장이나 사옥 옥상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어쩔 수 없이 화석연료를 써야 한다면 더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LG화학의 나주와 여수공장에서는 두 개의 증류탑을 한 개로 통합하는 기술을 개발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기존 설비를 에너지 효율이 더 좋은 설비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고효율 모터나 인버터(직류전력을 교류전력으로 변환하는 장치)를 쓰는 식이다. 육상 운송수단 중에서는 장거리일 경우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현대모비스는 코레일과 제휴를 맺고 수출용 컨테이너를 전용열차로 수송하고 있는데 도로로 수송했을 경우와 비교해 1년에 14만 t의 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투리 에너지도 우습게 보지 말라


일상생활 속에 소모되는 작은 에너지라고 우습게 볼 수는 없다. 2011년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아웃) 이후 국가적인 에너지 절감 운동에 동참하면서 기업들이 받아들인 쿨비즈는 이제 상식이 됐다. 올해 여름 날씨가 예년에 비해 선선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큰 위기 없이 전력대란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최대한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며 쿨비즈 등으로 여름을 이겨내려 한 여러 사람의 노력이 더해진 덕분이었다.

SK의 경우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사옥 지하 5층에 얼음을 보관하는 대형 저장탱크가 있다. 가격이 싼 심야전력을 활용해 야간에 얼음을 얼려 놓은 뒤 낮 시간에 얼음이 녹으면서 생기는 냉기로 에어컨을 가동해 에어컨 사용 요금을 절약하고 있다.

또 전기는 더 적게 쓰면서도 더 밝은 빛을 내는 LED 전구를 사용하고 불을 켜놓고 나가는 경우가 많은 화장실이나 샤워실에 센서를 설치하기도 한다. 비행기에 실리는 중량이 중요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기존 27kg짜리 카트를 20kg짜리로 교체하기도 했다.

마지막 수단은 역시 많은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 포스코는 컴퓨터와 냉방시설 등의 전원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차단한 후 퇴근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하루 중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오전 9∼10시, 오후 1∼5시에는 회의를 가급적 줄이고 꼭 필요한 경우 1시간 이내로 마치도록 권유하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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