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증권방송서 “이 종목 강추”… 미리 사둔 자기 주식 비싸게 팔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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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울리는 ‘나쁜 고수들’
2014년 상반기 불공정거래 88건 적발… 미공개 정보로 거액 챙기기도

“회원 여러분∼. 이 종목 앞으로 전망이 괜찮아요. 추천합니다!”

2012년 7월 한 주식투자 상담업체의 인터넷 증권방송. 이 방송에서 활동 중인 A 씨는 유·무료 회원 600명에게 한 코스닥 상장업체의 주식을 구입하라고 권유했다. 회원들은 A 씨의 ‘추천’을 믿고 그날부터 해당 종목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A 씨의 추천은 한 달에 2, 3회가량 이어졌다. 2012년 7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33개 업체가 ‘매수 추천’ 종목으로 선정됐다. 추천 종목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곧 떨어졌지만 회원들은 규모가 작은 상장업체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부침으로 여겼다.

실상은 달랐다. A 씨와 이 업체 대표이사인 B 씨는 자신들이 미리 구입한 종목을 회원들에게 추천해 시세를 조종했다. 매수세가 유입되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았다. A 씨와 B 씨는 최고점에 주식을 판 뒤 유료회원, 무료회원 순으로 “주식을 팔라”고 권고했다.

A 씨와 B 대표는 이런 수법으로 1년여간 1억6000만 원의 부당이익을 얻었고 뒤늦게 주식을 판 회원들은 손해를 봤다.

증권정보 전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주식 고수 C 씨. 그 역시 자신이 매수한 주식을 추천해 부당이익을 취했다. C 씨는 증권 사이트에 종목 토론방을 열고 ‘투자 상담을 해주겠다’며 무료회원을 모집했다. 이후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회원들에게 자신이 구입한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추천했다. 그가 추천한 종목은 총 8개. C 씨는 회원들의 매수세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매도했고 2700만 원을 손에 쥐었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중 가짜 주식 전문가 등이 연루된 88건의 자본시장 불공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작년 상반기(81건)와 비교해 약 9% 증가한 수준이다.

이 중 금감원이 조사를 마무리해 검찰에 고발 조치한 건 73.9%인 65건이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4건(4.5%)을 제외한 나머지 19건(21.6%)은 과징금 부과 등 행정조치가 내려졌다. 검찰에 고발 조치된 위반유형은 시세조종이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분변동내역을 보고하지 않는 사례와 미공개 정보 이용이 각각 13건, 부정거래가 11건 등이었다.

미공개 정보 이용 사례로는 상장회사 임직원이 상장폐지 사실이 공개되기 전 주식을 팔아 5억 원의 손실을 피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해외 업체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공시하기 전 미리 자사 주식을 구입해 금감원에 적발된 기업 대표도 있었다.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리거나 떨어뜨린 사례도 있었다. 한 투자자문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기관투자가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며 수익률이 떨어지자 고가매수주문 등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만기일 이전에 기초자산의 주가가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자가 비교적 높은 수익을 얻는 주가연계증권(ELS)과 관계된 시세조종 사건도 있었다. 일부 증권사는 만기를 앞두고 손실을 피하기 위해 ELS에 포함된 종목의 가격을 일부러 떨어뜨리기도 했다. 반면 전업투자자가 ELS로 이익을 보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한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를 속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불공정 거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며 “투자자는 시장에 떠도는 루머를 믿지 말고 투자하려는 회사의 영업상태와 재무구조 등을 파악한 뒤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개미#주식#인터넷 증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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